노예 분장·검정 스타킹 없애고 돌아온 발레 '라 바야데르'...김기민·박세은·전민철이 빛낸다

김소연 2024. 9. 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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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무희 니키야, 권력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전사 솔로르, 솔로르에게 권력을 쥐여줄 수 있는 공주 감자티, 니키야를 흠모한 승려 브라만 사이의 사랑과 배신의 드라마.

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해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자 강미선과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예정인 전민철(객원)을 내세웠다.

국립발레단은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과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을 캐스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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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발레단 '라 바야데르' 무대에
유니버설발레단 9월 27~29일 
국립발레단 10월 30일~11월 3일
발레 '라 바야데르'. 국립발레단 제공

아름다운 무희 니키야, 권력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전사 솔로르, 솔로르에게 권력을 쥐여줄 수 있는 공주 감자티, 니키야를 흠모한 승려 브라만 사이의 사랑과 배신의 드라마.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고대 인도가 배경으로, 화려한 볼거리와 고난도 테크닉이 돋보이는 블록버스터 발레다. 100여 명에 이르는 무용수와 수백 벌의 의상이 등장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발레단이 이 작품을 한 달 간격으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이달 27~29일, 국립발레단은 10월 30일~11월 3일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관객과 만난다.


①결말이 다르다… 솔로르의 독백

발레 '라 바야데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라 바야데르'는 프랑스 출신 안무가이자 고전 발레의 대명사인 마리우스 프티파가 1877년 러시아 황실 발레단(현 마린스키극장)을 위해 만들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이 버전을 1999년 국내 초연했고, 2018년 이후 6년 만에 선보인다. 국립발레단은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1991년 재해석한 볼쇼이 발레단 버전을 2013년 국내 초연했다. 엄밀히는 그리고로비치가 국립발레단을 위해 직접 다듬은 '국립발레단 버전'으로, 2021년 이후 3년 만의 무대다.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은 군무진의 화려한 안무와 웅장한 무대 세트가 돋보인다. 솔로르와 감자티의 결혼식 장면엔 높이 2m, 무게 200㎏에 이르는 거대 코끼리 모형이 등장한다. 몸통 안에 6명의 스태프가 들어가 머리와 귀, 코의 움직임을 연출한다. 국립발레단 버전은 무대 미술보다 주역 무용수들의 인물 묘사에 힘을 실었다.

두 버전 모두 3막 '망령들의 왕국'에서 백색 '발레블랑'의 정수를 보여준다. 니키야가 죽고 환각에 빠져든 솔로르가 니키야의 혼령을 만나는 장면으로, 무용수 32명의 일사불란한 군무가 펼쳐진다.

결말은 다르다.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은 솔로르와 니키야가 군무진 사이에서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하며 끝난다. 국립발레단 버전은 솔로르가 망령 세계의 어둠 속에서 니키아(국립발레단은 '니키아')의 환영을 보고 회한이 담긴 독백을 하는 슬픈 결말이다.

발레 '라 바야데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②강미선 전민철 vs. 박세은 김기민

발레리노 김기민(왼쪽)과 전민철. 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두 공연은 캐스팅도 화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해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자 강미선과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예정인 전민철(객원)을 내세웠다. 국립발레단은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과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을 캐스팅했다. 둘은 2009년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이후 15년 만에 파트너로 한 무대에 선다.


③노예 분장도, 검정 타이즈도 없다

발레 '라 바야데르'. 국립발레단 제공

약 140년 전 만들어져 서구인의 동양에 대한 무지가 담긴 '라 바야데르'에는 불편한 지점이 있다. 황금신상의 춤이 나올 때 등장하는 피부가 검은 무어인 어린이 표현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에서는 193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새로운 연출의 '라 바야데르' 공연이 시도됐다. 국립발레단도 직전 공연인 2021년부터는 노예 분장을 싹 지웠다. 유니버설발레단은 2000년대 후반부터 검은 피부 분장은 하지 않는다. 무어인 어린이들이 착용했던 검정 타이즈도 이번 공연부터 바꾸기로 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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