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세 정의 잣대 될 금투세, 예정대로 내년 시행해야
더불어민주당이 2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여부를 놓고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금투세는 민주당이 여당 시절인 2020년 입법을 주도했고, 유예기간 2년을 거쳐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시행 시기를 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유예론을 제기한 뒤 결국 이날 토론회까지 열었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을 비판해온 민주당의 자기부정이다. 민주당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아예 금투세 폐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은 과세의 기본 원칙이다. 부동산 거래 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매기고 쥐꼬리만 한 은행 이자에 꼬박꼬박 세금이 붙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투자로 거둔 수익 중 5000만원 초과분에 세금을 매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금융소득이 5000만원 이상 되는 사람은 전체 투자자의 1%인 14만명에 불과하다. 금투세 부과 대상이 되려면 최소 수억원의 현금을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 미국·일본·영국·독일 등도 자본소득에 주식·채권·파생상품 양도 차익을 포함시켜 과세하고 있다.
일부 주식 투자자들 우려대로 금투세가 증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단점이 있지만, 조세 정의 구현과 안정적 세수 확보라는 장점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금투세가 투자자들 매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투자자들은 주가 전망에 따라 매매를 결정하지 세금이 무서워 투자를 접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국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한 ‘서학개미’도 연 250만원이 넘는 해외 주식 양도 차익의 22%(지방세 포함)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금투세를 유예한다고 증시가 살아날 리도 만무하다. 요즘 코스피지수가 바닥을 기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업들 실적이 나쁘고, 한국 경제 전망 자체가 불투명한 탓이다. 증시 ‘밸류업’을 위한 정공법은 상법 개정 등으로 총수의 전횡을 막고, 남북 간 긴장 완화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여 외국 자본도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금투세는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돼야 한다. 이미 2년 미뤄졌는데 여기서 또 밀리면 죽도 밥도 안 된다. 민주당의 금투세 유예론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소수의 주식 부자를 위해 조세 원칙을 포기해선 안 된다. 금투세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해도 일단 내년 시행을 확정한 뒤 올 정기국회에서 주식시장 제도·세법을 다듬는 추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것이 금투세 혼선으로 인한 민주당의 신뢰 하락을 최소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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