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증시하락 확신땐 인버스투자를"… 투자자 화만 키운 토론

위지혜 기자(wee.jihae@mk.co.kr),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김정환 기자(flame@mk.co.kr) 2024. 9. 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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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150분간 금투세 공방
내년시행 vs 도입유예 ‘팽팽'
김영환 '하락베팅' 발언 뭇매
업계 "본질 빠져 매우 실망"
토론 전 투자자단체 몰려와
"왜 방청 막냐" 항의 소동도
금투세 도입 리스크 커지며
과세대상 자산 1년새 반토막
분통 터진 투자자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서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진성준 정책위의장(오른쪽)에게 금투세 폐지를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그렇게 우하향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계시면 '인버스 투자'를 하면 됩니다."(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내년 1월부터 금융투자소득세를 예정대로 시행할지 여부를 놓고 24일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토론회에서 '시행팀'으로 나선 의원들은 온라인상에서 개미투자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특히 김영환 의원의 '인버스 투자'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이날 '유예팀' 토론자들이 금투세를 이대로 시행하면 주가가 떨어질 것이 우려된다고 주장하자 김 의원이 인버스 투자를 하면 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다.

인버스 투자란 주가 하락에 베팅해 수익을 얻는 투자 기법을 뜻한다. 그렇지 않아도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증시에 화가 난 개인투자자들에게 이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모양새가 됐다.

증시 토론방 등에서는 "더불어인버스당은 대한민국에 대해서도 쇼트를 쳐라"거나 "한국 증시가 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게 문제의 본질 아니냐"는 등의 비판적 댓글이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 시작부터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이 토론회장에 입장하며 소동이 벌어졌다. 한 회원이 "왜 의원들만 토론하느냐"며 방청을 막는 것에 항의하자 이강일 민주당 의원은 "소리 좀 그만 질러 이 사람아. 나도 목소리가 크다"면서 힐난했다. 이 의원은 최근 "금투세 토론회는 '역할극'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문자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조만간 (별도로) 만나겠다"고 말하며 겨우 진정시켰다.

이날 토론회는 시행팀과 유예팀이 맞서 약 150분간 팽팽하게 진행됐다. 시행팀에는 김 의원을 비롯해 김성환·이강일·김남근·임광현 의원이, 유예팀에는 김현정·이소영·이연희·박선원 의원과 김병욱 전 의원 등이 포함됐다. 유예팀은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부양이 우선"이라며 금투세 시행을 반대했다.

김현정 의원은 "지난 4년간 미국·유럽·일본 증시는 우상향하고 있지만 우리 증시만 유독 고점 대비 3분의 1도 회복하지 못하고 지독한 박스권에 있다"고 말했다. 시행팀은 금투세 도입이 오히려 주식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조세정의를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환 의원은 "금투세가 가장 불편한 사람은 김건희 여사와 주가조작 세력들"이라며 "금투세를 도입하면 차명계좌 거래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날 토론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이 주로 제기됐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한 증권사 임원은 "인버스에 투자하라거나 작전세력 언급 등 상식적이지 않은 얘기가 많았던 것 같다"면서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는 내용이 아니다 보니 무엇을 위한 토론이었는지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다.

'약속대련' 논란 속에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 민주당 지도부도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지난 전당대회부터 금투세 유예론으로 기울었던 이재명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는 대신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에서 유세에 나섰다. 박찬대 원내대표 역시 참석을 취소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금투세 도입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과세 대상이 되는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현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가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세청 데이터에 따르면 금투세 과세 대상이 되는 상장주식 5000만원 이상 양도차익자의 자산건수(납세자들이 특정 종목에 투자한 건수·2022년 귀속분 기준)는 3668건으로 전년(8411건)보다 56.4% 급감했다.

이 기간에 주식으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린 납세자들의 양도차익액은 8조9590억원에서 7조1576억원으로 20.1% 줄었다.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금투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큰손들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흐름이 두드러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도 이날 한투연 회원들과 금투세 폐지 촉구 건의서 전달식을 열고 여론전을 펼쳤다. 정의정 한투연 회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직접 금투세 폐지 촉구 건의서를 전했다. 이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작성한 '금투세 폐지' 혈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위지혜 기자 / 최희석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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