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5% 성장률 사수하라"… 지준율 내려 190조원 유동성 공급

송광섭 특파원(song.kwangsub@mk.co.kr), 문가영 기자(moon31@mk.co.kr) 2024. 9. 2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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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은행 지준율 0.5%P 인하
정책금리도 동시에 낮추기로
주담대 금리 내려 부동산 부양
주식시장 안정화 통화대책도
예상외 강력한 부양책 내놓자
中증시 하루새 4% 급등 '환호'

중국이 이례적으로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과 정책 금리를 동시에 인하하기로 했다. 내수와 소비 둔화 등에 따른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올해 목표로 내건 '5% 성장률' 달성이 어려워지자, 대규모 유동성 공급책을 꺼내든 것이다.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은 24일 금융당국 합동 기자회견에서 "지준율을 조만간 0.50%포인트 낮춰 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위안(약 190조원)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에 따라 대형은행의 지준율은 10.00%에서 9.50%로 낮아지게 된다. 현재 중국 금융권의 가중 평균 지준율은 약 6.9%다.

지준율은 중국 은행이 예금 중 인민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현금 비중을 말한다. 지준율을 내리면 은행들이 시중에 더 많은 자금을 풀 수 있어 '유동성 공급 효과'를 볼 수 있다.

앞서 인민은행은 2022년 4월과 12월, 지난해 3월과 9월에 지준율을 0.25%포인트씩 낮췄다. 그럼에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우려가 해소되지 않자 지난 2월 기존 인하 폭보다 두 배 늘린 0.5%포인트를 인하했다. 인민은행은 이에 더해 연내 지준율 추가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판 행장은 이날 "연말까지 3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다"며 "상황에 따라서 0.25~0.50%포인트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현재 1.70%에서 1.50%로 0.20%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판 행장은 "이번 조치 이후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가 약 3%포인트, 대출우대금리(LPR)가 0.20~0.25%포인트 각각 낮아질 전망"이라며 "대출 및 예금 금리의 동반 하락을 유도하고 상업은행의 순이자마진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7개월 만에 '지준율 인하' 카드를 다시 꺼내든 데다, 정책금리 인하까지 결정한 것은 하반기 들어 경기 침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된 영향이 컸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1분기 5.3% 성장하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2분기에 4.7% 성장하는 데 그치며 올해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날 인민은행은 부동산과 증시 부양 대책도 발표했다. 우선 기존 주택 담보 대출 금리를 0.5%포인트 낮출 계획을 밝혔다. 판 행장은 이와 관련해 "5000만가구, 1억5000만명의 이자 부담액이 연평균 약 1500억위안(약 28조원)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2주택 대출 최저 계약금 비율을 현행 25%에서 15%로 낮추는 계획도 내놨다.

또 주식 시장 안정화를 위한 통화 정책도 새롭게 추진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조건에 맞는 증권·기금·보험사들이 자산을 담보로 중앙은행으로부터 유동성을 공급받아 자금 확보와 주식 보유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겠다고 했다. 자기 주식 매입과 보유량 증대를 위한 특별 재대출도 신설해 은행이 상장사와 주요 주주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이는 최근 중국 부동산과 증시가 하락을 거듭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신규 주택 가격은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3%나 하락했다. 지난 7월 4.9%보다 하락 폭이 더 커진 것이다. 중국인 재산의 8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가계 소비 여력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주식시장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가 3년 넘게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중국 개미인 '부추'의 반발이 커지자 중국 당국은 국부펀드 등을 동원해 자금을 투입했지만, 반짝 반등에 그치며 5년여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다만 이번 대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톈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 교수는 "통화정책 완화 방향성은 명확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지방정부 재정난과 중소은행 위기 등 중국 경제의 리스크로 지목되는 사안도 거론됐다. 리윈쩌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장은 "대형 금융기관의 경영이 안정적이고 리스크가 통제 가능하다"며 "부동산, 지방채, 중소금융기관 '3대 리스크'가 점차 해소되고 완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예상보다 강한 경기부양책이 나오면서 중국과 홍콩 증시는 일제히 환호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하루 새 4.15% 오르는 등 올해 들어 최대 일일 상승폭을 보였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도 4.33% 급등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3.97% 올랐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 서울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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