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물고기들과 협동 사냥…제역할 않으면 ‘촉수 타격’하기도 [와우! 과학](영상)
[서울신문 나우뉴스]
어떤 문어는 종종 물고기들과 함께 먹이 사냥에 나서며, 제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않는 개체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쫓아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 등에 따르면,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등 국제 연구진은 ‘낮 문어’(학명 Octopus cyanea) 중 일부 개체가 해저에서 주변 물고기들과 함께 무리를 지어 사냥에 나서는 데, 때로는 여러 어종이 한꺼번에 포함되기도 한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생태 및 진화’에 이날 밝혔다.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낮 문어의 생태를 이해하고자 지난 2018년 홍해에 접한 이스라엘 남부 아일라트 해안의 암초 지대에서 한 달가량 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카메라 여러 대로 총 120시간 동안 문어 13마리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총 13번의 사냥 활동에서 문어 한 마리당 최소 2마리에서 최대 10마리의 물고기들과 무리를 이뤄 행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냥 집단에는 일반적으로 그루퍼, 고트피시 등 여러 암초 서식 물고기가 참여했다. 문어가 이 집단을 이끄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무리 안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물고기의 안면을 타격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내쫓았는 데 주로 블랙팁 그루퍼(홍바리·학명 Epinephelus fasciatus)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 주저자인 에두아르도 삼파이오 박사(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는 문어에게 더 많이 가격당하는 물고기는 해당 집단의 주요 착취자라면서 이들은 매복 포식자로 움직이지 않고 먹이도 찾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어는 이 같은 물고기를 타격해 사냥 집단이 계속해서 움직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삼파이오 박사는 “사냥 집단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모두 문어의 주변에 있으면 문어가 가격을 시작하지만, 이 집단이 서식지를 따라 이동하면 먹이를 찾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문어는 행복하다”면서 “문어는 그러면 누구에게도 타격을 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문어가 암초 틈새에 숨은 먹잇감에 촉수를 뻗어 꺼낼 수 있다는 점에서 물고기들이 이 같은 사냥 집단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문어는 이 연구자들이 ‘추측성 사냥’이라고 부르는 먹이 활동을 수행하는 대신 단순히 물고기들을 따라 다니며 먹이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고 이들은 추정한다.
삼파이오 박사는 “문어의 경우 먹이를 찾으러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물고기들만 바라봐도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해저에서 촬영한 모든 사냥 장면을 3차원으로 구현해주는 소프트웨어에 적용한 다음 또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해 각 문어를 추적하고 다른 물고기들과의 관계에서 위치를 기록했다.
이 연구자들은 이 같은 데이터를 통해 문어와 물고기들이 서로 얼마나 가까이 머물렀는지, 어떤 생물들이 한 방향으로 집단을 일시적으로 이끌거나 멈추게 하는지를 측정할 수 있었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특정 어종인 블루 고트피시는 돌아다니며 사냥 집단을 먹잇감이 있는 방향으로 이끌지만, 문어가 즉시 따라가지 않을 경우 해당 집단은 계속 남아 있었다.
삼파이오 박사는 “고트피시는 환경을 탐험하고 먹이를 찾는 존재이지만, 문어는 집단의 의사 결정자”라고 말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 생물들이 먹이를 공유한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 관련된 모든 종은 갑각류와 어류, 연체동물을 주로 먹는 일반적인 포식자이지만, 먹이를 잡을 수 있었던 생물들은 누구나 포식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어가 선호하는 특정 물고기를 알아볼 수 있는지, 아니면 협동 사냥을 선호하는지 등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 이런 사회적 사냥 행동이 문어가 후천적으로 배운 것인지, 아니면 타고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삼파이오 박사는 “내 직감으로는 작은 문어는 커다란 문어보다 물고기들과 협동하는 데 어려움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 문어는 협동 사냥을 후천적으로 배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연구를 수행하는 조너선 버치 영국 런던경제대학원 교수는 삼파이오 박사와 그의 동료 연구자들이 수집한 영상 증거와 문어·물고기의 관계를 정량화하기 위해 영상을 신중하게 3차우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각 동물의 행동을 촬영한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있는 것 이상의 중요 단계”라면서 해당 연구의 관찰이 이 같은 동물 인지 연구에서 주로 수행하는 실험실 환경이 아니라 야생에서 직접 이뤄졌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윤태희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 아내 강간할 男 구함”…남편이 약 80명 모집, 10년 넘게 범행[핫이슈]
- 여중생에 ‘속옷 탈의’ 요구하는 의사들…“거부하면 검사 못 해”[여기는 일본]
- 수십 년 동안 문이나 괴던 돌 알고보니 15억원 가치 ‘호박’
- 묘한 것이 나왔다…1만 2000년 전 ‘여성 무당’ 유골 튀르키예서 발견 [와우! 과학]
- 살인범 출신 러 바그너용병, 사면받고 또 살인 후 또 참전
- 장래희망은 범죄의 제왕?…72번째로 체포된 16살 아르헨 촉법소년 [여기는 남미]
- 日 신사서 성관계 맺어 ‘모독’ 혐의로 체포…유럽 남성 결국 ‘불기소 처분’
- 마약먹은 미친 상어?…브라질 해안 상어 잡아보니 ‘코카인’ 양성 반응 [핵잼 사이언스]
- 이스라엘군이 구출한 인질 여성, ‘비키니 파티’ 열고 한 말은? [포착]
- “멸망의 징조”…‘1000년 넘은 피라미드’ 와르르 무너져, 원인은? [핵잼 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