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성 해설가 "뭐가 문제인지 몰라…정몽규 체제 끝나는 게 맞다"
국민적 관심 사안이 된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관한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현안 질의에 출석한 박문성 축구해설가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등을 향해 "정몽규 회장 체제가 끝나야 하는 게 맞다고 느꼈다"고 강한 어조로 성토했다.
반면 이날 증인으로 나선 정 회장은 4선 연임 도전 등에 관한 여러 질문에 확답을 피해 여러 의원의 비판을 받았다.
24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진 이날 질의에 출석한 박 축구해설가는 오후 들어 이날 현안 질의에 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정몽규 회장 체제가 끝나야 하는 게 맞구나'라는 걸 다시 느꼈다"며 "(정 회장 등은) 뭐가 문제인지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해설가는 "홍명보 감독이 불공정한 방식으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됐을 때 제가 아는 지도자가 저에게 연락해 '이제 지도자를 그만 둘 생각'이라고 했다. 이름 없는 지도자는 10년, 15년을 굴러도 프로팀 코치를 하기도 어려운데 누군가는 저런 특혜로 국가대표팀 감독이 쉽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 회장 체제에서 일어나 논란이 된 승부조작 축구선수 기습 사면 사태를 두고도 "꼼수사면이다. 매우 반스포츠적이었다"며 "우리 사회에서 그런 식으로 잘못된 사람을 꼼수 사면하면 난리났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해설가는 또 파리올림픽 축구 본선 진출 실패를 두고도 "올림픽팀을 이끌어야 할 황선홍 감독을 굳이 안 해도 될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겸임시켰다"며 "많은 사람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저는 이런 무능력, 무원칙이 정 회장 체제가 이어지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다른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도 축구협회를 두고 "조직이 사유화되고 있고 민주적인 방향으로 모임이 이끌어지지 못한다는 데 대한 우려가 체육인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질의에서 정 회장은 논란이 된 홍 감독 선임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관한 질의를 받았다. 다만 정 회장은 해당 과정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어떤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추려한 게 아니"라며 "불공정한 과정으로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번 대표팀 감독 선발 과정을 두고 "감독을 선발하는 과정 자체도 충분히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며 "협상 과정에서 조건이 맞지 않아 불발됐거나 제외된 분들의 프라이버시도 충분히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관한 논란은 당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이하 전강위) 위원이었던 박주호 해설위원이 유튜브에서 공개적으로 선임 과정을 비판하면서 본격화했다. 홍 감독을 제외한 다른 외국인 감독 후보자와 홍 감독의 선임 과정에 불공정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정 회장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자신이 특정 감독을 선호하는 등의 관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정해성 전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저한테 '내국인을 원하느냐, 외국인을 원하느냐'고 여쭌 적 있었다"며 "저는 '전강위가 우리 대표팀이 지금 상태에서 뭐가 가장 필요하냐, 이걸 많이 토의하시고 거기에 맞춰서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거기 필요한 사람 뽑는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특정 감독 선호가 있었다는 논란, 외국인 감독을 배제하려 했다는 의혹 등이 일어난 데 관해 정 회장은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절차를 의심하는 여러 SNS(소셜미디어)에서 제가 한 마디 했다 하면 조회수 수십만이 나온다. 제가 생각하지 않은 점도 제 생각이라고 올라온다"며 "(감독 선임 절차에 관한 진실은) 제가 말한 게 전부다. 그럼에도 SNS 등에서 (제 생각이 어떻다고) 언론 왜곡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그런 부분에서 홍명보 감독에게는 상당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도 전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새로운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는 변화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팬들의 눈높이와 달리 팬들이 원하는 감독을 선임하는 건 쉽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정 회장은 "한국은 유럽이나 남미와 달리 아직 전 세계 축구 시장에서 변방"이라며 "국내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켜 줄 지도자를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마음대로 뽑을 수 있는 축구 시장 규모가 여전히 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자신을 둘러싼 축구협회장 4선 연임에 도전할 것이냐는 여러 차례 이어진 질문에는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정 회장은 이번 홍 감독 선임 과정을 두고 "온 국민이 감독 선임 과정에 따끔히 지적하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하고 축구협회가 국회에 출석하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며 "이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홍 감독은 자신의 선임 과정이 불공정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저는 제가 먼저 감독직을 제안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중요한 건 제가 감독직을 수락했을 당시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제가 (대표팀 감독 후보) 일순위로 전강위에 올랐다고 했기에 수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발언 기회를 요청해 자신의 감독직 선임 과정을 직접 설명했다.
홍 감독은 "협회측에서 저한테 (대표팀 감독 제의가) 계속 들어온 건 아니고, 7월 5일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와 면담한 후 제가 결정했다"며 "선임 과정에 관해 제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저는 당시 울산HD 감독으로서 행복했다"며 "다만 제 축구인생 40년에 가장 힘들었던 때가 (월드컵 당시 대표팀 감독 후) 지난 10년 전이다. 저는 월드컵 대표팀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자리인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대표팀 감독직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다만 "이임생 이사가 집 근처로 찾아와 면담할 때 한국 축구의 어려운 점을 외면하기 어려웠다"며 "그래서 그 (감독직) 제의를 울산이 아닌 국가대표팀에 마지막으로 봉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10년 전에 제가 갖고 있던 책임감이나 사명감이 다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이임생 이사와 면담 후 그게 나와서 제가 (대표팀 감독직 수락을) 그렇게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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