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1·2부터 영어 수업해 사교육비 경감" 차기 10년 교육계획에 포함될까

손현성 2024. 9. 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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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완 교수 연구팀, 국교위 연구용역 보고서 
"재량 좁힌 공교육 경쟁력 약해져 사교육 유발" 
고교 내신 전면 절대평가, 수능 범위 확대도 제안
"경쟁 과열 원인 대책보단 대체재 치중" 지적도
이달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입시 홍보물이 붙어 있다. 뉴시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사교육비 경감 대책 마련을 위해 발주한 연구보고서에 학교 영어 교육을 초등학교 1, 2학년부터 앞당겨 시행하고 고교 내신 평가를 전부 절대평가로 하자는 제안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는 오히려 사교육 수요를 늘릴 우려가 있어 대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국교위는 차기 대입 개편안을 포함해 향후 10년간(2026~2035년) 교육현장에 적용될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안'을 내년 3월 발표를 목표로 논의하고 있는데, 해당 보고서에 제안된 내용들도 함께 검토될 예정이라 주목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24일 이 같은 내용이 실린 '사교육 원인 분석과 대책'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김세완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이끈 연구진은 그동안 사교육 경감 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선행학습금지법은 공교육 재량을 지나치게 제한해 사교육 확대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위권 학생을 위한 수월성 추구와 중하위권 학생의 학력 보충을 모두 충족하는 방향으로 공교육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공교육 경쟁력을 높일 구체적 방안으로 초등 1, 2학년 정규 교육과정의 영어 편성과 수준별 수업을 먼저 제시했다. 연구진은 "이미 7세 이전부터 유치원 방과후 수업, 영어학원, 과외 등으로 영어 사교육이 시작되는데 초등 1, 2학년 교육과정엔 영어가 없어 그 공백을 채우려 사교육 의존도가 더 커지고 있다"며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초등학교에선 3학년 교육과정부터 영어 교과가 편성돼 있고 1, 2학년 때는 방과후 과정을 통해 배울 수 있다.

방과후 수업의 보충수업 기능 강화도 제시됐다. 연구진은 "초등·중학교에서 교과 관련 방과후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비참여 학생에 비해 사교육 지출액과 참여도가 모두 낮은 경향이 있다"며 "특히 중하위권 학생에게는 10% 내외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 단위 학력평가 시행 필요성도 들었다. 연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측정은 중3과 고2를 상대로 전수 평가하다가 2017년부터 표집(3%) 평가로 전환됐는데, 학생들의 정확한 학력 측정을 위해 전수 평가로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고교학점제를 문제 삼기도 했다. 학생들이 적성과 흥미를 고려해 수강 과목을 선택한다는 것이 제도 취지이지만, 일반고에서는 선택과목 개설의 불안정성, 백화점식 과목 확대로 심화수업이 약화하고 지역 간 교육 여건 격차가 확대되면서 오히려 사교육 수요를 늘릴 거라는 논리다. 그러면서 특정 분야 교과군을 집중 편성해 학생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교과집중고' 지정을 대안으로 주장했다.

고교 내신의 전면적인 절대평가 전환도 제안했다. 내신이 주요 대입 전형자료로 쓰이는 한 주입식 암기 교육과 사교육 부담 증가는 필연적이란 지적이다. 절대평가로 인한 성적 부풀리기 방지와 학교 간 학력차 해소를 위해 전국 고교가 동일한 외부기관을 통해 학생별 학업 성취 수준을 평가해 공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지난해 확정된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은 내신 상대평가를 유지하되 평가 등급을 9등급에서 5등급으로 간소화했는데, 차기 대입 개편안에서는 보다 획기적인 경쟁 완화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제안인 셈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관련해 보고서에는 공통과목 범위를 확대하자는 주장이 담겼다. 출제 과목·범위의 지속적 축소를 수반한 통합형 수능 정책이 학력 저하와 킬러문항에 의한 사교육 확대의 악순환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면서다.

이번 보고서는 국교위가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안 수립을 위해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 중 하나다. 국교위 관계자는 "초등 1, 2학년 영어 편성 등은 정책 연구진이 낸 의견으로, 국교위의 참고자료 중 하나일 뿐 전혀 검토된 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보고서 내용을 두고 과잉 경쟁 등 근본 원인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핵심 제안인 영어 교과 조기 편성을 두고도 사교육시장이 학부모 불안을 자극해 영어 사교육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반론이 나온다. 김문수 의원은 "국교위가 국가교육 발전계획을 수립하면서 저출생 주요 원인인 사교육비 연구를 의뢰한 건 의미 있다"면서도 "연구진의 제안이 (과도한 경쟁 등) 원인 해결보다 대체재에 치중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될 사항들도 있는 만큼 국교위가 다룰 때는 충분한 공론화와 검토,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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