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칼럼] 원전 수출 딴지가 이재명 대표의 `먹사니즘`인가
대한민국이 원자력발전에 첫 발을 디딘 건 이승만 대통령 시절이었다. 일찌기 원전의 가능성에 눈을 뜬 이 대통령은 1957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창립 멤버 국가로 참여하고, 이듬해 7월 경무대에서 미국 디트로이트 전력회사 사장이었던 월터 시슬러를 만난다. 그는 2차 대전후 유럽 부흥을 위한 마셜플랜에서 전력계통 복구사업을 총지휘했고, 미 원자력산업회의(AIE) 회장을 역임한 전력업계 대부였다. 광복 후 1948년 5월 북한의 일방적인 단전으로 대한민국이 심각한 전력난에 빠졌을때 긴급하게 발전기를 실은 배를 보내준 인물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과 만난 시슬러는 '에너지 박스'(Energy Box)라 이름 붙인 25㎝ 크기의 작은 상자 속에 각각 3.5파운드(약 1.6㎏) 무게의 석탄과 우라늄을 넣고, 우라늄을 발전원료로 사용하면 석탄의 300만배가 넘는 전기를 얻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시슬러는 언제쯤 원전을 이용할 수 있겠느냐는 이 대통령의 물음에 "20년 후면 가능할 것"이라며 원자력 전담 행정기구와 연구기관의 설립을 제안했다. (박익수 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의 '한국원자력창업비사')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원자력 신화를 만든 선각자이기도 하다. 1956년 원자력 관련 행정부서를 신설하고, 그 해 3월 문교부(현 교육부) 기술교육국 안에 원자력과를 만들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채 100달러도 안되던 시절, 원자력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1인당 6000달러 이상의 거금을 투자해 237명을 미국에 파견했다. 1958년 3월 원자력법을 공포했으며, 이듬해엔 원자력 정책 집행기구인 원자력연과 원자력연구소를 잇달아 설립했다. 원자력연구소는 개소 4개월만인 1959년 7월 서울 노원구 공릉동 현 한전 중앙연수원 부지에서 국내 1호 연구용 원자로인 '트리가 마크-2'(TRIGA Mark-Ⅱ) 기공식을 열었다. 100㎾ 규모 트리가가 준공된 것은 1962년 3월 30일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가격이 싸지만 사고 위험이 큰 노형(爐型) 가스로 대신 가격은 비싸지만 안전한 경수로를 선택, 원전 산업이 부흥할 수 있는 주춧돌을 마련했다. 상업 원전 건설에 주력한 박정희 정부는 우여곡절끝에 1971년 3월 1호 원전인 58.7만㎾ 규모 고리 1호기 기공식을 가졌으며, 착공 7년여만인 1978년 7월 준공해 세계 21번째 원전 보유국 대열에 올랐다.
이후 대한민국은 45년간 3년에 평균 2기씩 30기의 국내 원전 건설을 통해 값싸고 질 좋은 전력을 공급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여갔다. 한국 표준형 원전(OPR 1000), 한국형 차세대 원전(APR 1400) 개발이 이어지고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09년말 UAE(아랍에미리트)가 발주한 총 400억달러(47조원) 규모의 APR1400 원전 4기 건설 수주에 성공, 원전의 수출산업화를 알렸다.
이처럼 60여년간 쌓아왔던 원전의 경쟁력은 2017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하루 아침에 쑥대밭이 됐다. 탈원전을 내세운 문 대통령은 7000억원을 들여 보수한 뒤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을 거쳐 재가동에 들어갔던 월성 1호기를 경제성 조작까지 해가며 영구중지시켰다. 신한울 3, 4호기 등 건설계획도 백지화하면서 원전 주기기를 만드는 두산에너빌리티와 협력업체들이 초토화됐다. 한해 10조원 넘게 흑자를 기록하던 한전은 탈원전에 발전연료인 석탄·가스 가격 급등이 겹쳐 천문학적 적자로 전환했다. 원전 산업 매출, 시공, 기자재·부품 제조는 크게 위축됐으며, 원전 산업 종사자는 3만50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대학의 원자력 관련 학과는 학생 모집이 어려워 전문가 양성이 끊길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2017∼2030년간 총 47조4000억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땅에서 사라질뻔한 원전 산업은 윤석열 정부 들어 겨우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원유·가스 가격 급등과 전력 수급 불안정, 세계적인 원전 회귀 추세에 맞춘 윤 정부의 원전으로의 복귀 계획에 따라 원전 산업은 점차 제자리를 찾고, 관련 일자리도 늘고 있다. 특히 최근 24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원전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면서 한층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앞으로 테멜린 3·4호기 건설도 추진되면 총 50조원 규모가 된다.
그런데 국민이 피땀 흘려 키워온 원전 산업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다시 훼방놓고 있다. 김정호 김성환 민형배 허영 의원 등 야당 의원 22명은 지난 19일 "이대로 가면 수조원대 손실이 발생해 국민 혈세를 쏟아부어야 할지 모른다"며 "수출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덤핑 입찰'과 '공사비 증가 가능성'을 이유로 꼽았지만, 이는 우리 원전의 경쟁력을 전혀 모르는 무지의 소치다. 대한민국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등과 함께 원전 시공능력을 갖춘 세계 6대 국가 중 하나다. 특히 세계 원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경수로 중 3세대 신형 원자로(APR 1400) 완공 경험 측면에선 미국과 유럽을 앞선다. ㎾당 원전 건설 단가는 3571달러로 프랑스의 45%, 미국의 61% 수준에 불과하고 중국보다도 14% 저렴해 세계에서 가장 낮다. UAE 바라카 원전 수주때에도 한전의 입찰 금액이 프랑스 아레바의 절반 수준에 불과, 저가수주 논란이 있었으나 수익성에 문제가 없었다. 이게 15년만에 다시 체코에서 원전 공사를 따낸 비결이다.
2017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3기, 약 22조원 규모)은 문 정권의 탈원전 정책 등 여파로 결국 무산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3년까지 매년 19억~33GW 규모의 원전이 건설된다. 2012~2022년 평균 착공실적의 3~5배 규모로, 원전 전성기였던 1970년대에 버금간다. 원전 르네상스 시대, 양질의 일자리를 크게 늘릴 수 있는 원전 수출에 딴지를 거는 건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칭찬을 해도 모자랄 판에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이 수출하지 말라고 기자회견까지 연 것은 처음 보는 모습이다.
이렇게 원전 수출에 악담을 퍼붓고 근거없는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것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외치는 '먹사니즘'인가.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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