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처하면 사례” 음주측정 거부한 남원시 공무원 벌금형

김창효 기자 2024. 9. 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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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법 남원지원 전경. 자료사진

음주 측정거부로 경찰 조사받던 중 사무관으로 승진해 논란이 된 전북 남원시 공무원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남원지원 형사1단독(이원식 판사)은 24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남원시 공무원 A씨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5월 31일 오전 2시 10분쯤 광주대구고속도로 광주 방향 38.8㎞ 지점에서 경찰의 음주 측정에 불응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고속도로 갓길에 차량을 세우고 운전석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경찰은 ‘승용차 안에 운전자가 자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승용차 타이어 하나가 파손된 상태로 갓길에 주차돼 있었다.

경찰은 술 냄새가 심하게 나고 비틀거리는 A씨에게 3차례에 걸쳐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어 넣는 시늉만 하고 “더 못 하겠다” “집에 보내 달러”면서 음주 측정을 거부했다.

경찰은 이에 A씨를 체포했으나 A씨는 “내가 승진 대상자인데 눈을 감아주면 사례를 충분히 하겠다”라는 식의 말로 범행 무마를 시도했다.

A씨는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선처를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돌연 “미란다 원칙이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고 체포의 필요성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음주 측정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 촬영 영상과 미란다 원칙을 또렷하게 고지한 경찰관의 육성이 담긴 녹취록 등을 근거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음주운전 적발 후 ‘그동안 살면서 노력해온 것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는 생각에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타이어가 터진 채로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든 상황을 고려할 때 도로교통 안전에 끼친 위험은 절대 적지 않다”고 판시했다

6급 공무원인 A씨는 음주 측정 거부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정기 인사에서 사무관으로 승진해 논란이 일었다. 남원시는 노동조합 등의 비판이 제기되자 뒤늦게 승진 의결을 취소하고, 시청 인사 전반에 대한 행정사무조사에 들어갔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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