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칼럼] 개혁의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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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은 선거와 다르다.
선거는 단기전이고 개혁은 장기전이다.
그렇기에 우파는 우군도 개혁의 대상으로 삼는다.
지난한 개혁 과정에서 중도층 지지가 필요한데, 중도층 지지를 얻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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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는 오래 걸리며
때론 우군 희생도 필요
그런 진통 겪어야
중도층 지지를 얻고
역사의 평가도 받는다
개혁은 선거와 다르다. 선거는 단기전이고 개혁은 장기전이다. 그렇기에 우파는 우군도 개혁의 대상으로 삼는다. 지난한 개혁 과정에서 중도층 지지가 필요한데, 중도층 지지를 얻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다. 일종의 정치개혁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에 동참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자기편을 도려내야 하니 진통도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좌파가 중도층 지지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방책은 대개 선심성 정책이다. 돈을 뿌리거나 파격적인 복지로 중도층을 회유한다. 국가의 존폐를 외면한다.
자기편을 쳐내는 개혁은 역사의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우파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정권을 내주었지만 장기적으론 국민 지지를 얻는다. 결국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좌파 정부를 이어가려던 이재명 후보를 막는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 여파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열망도 있었지만 도덕성 측면에서 이재명 후보와 차별화한 덕분이다. 문재인 정부는 결국 이전 정권들과 달리 5년 집권에 그쳤고, 우파가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것이다.
그게 우파의 경쟁력이고 생명력이다. 그러나 개혁의 주체가 그런 생명력을 잃고 개혁의 대상이 되는 순간 개혁은 좌초된다. 요즘 연금·노동·의료·교육 등 4대 개혁의 주체는 정부다. 개혁의 총사령탑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다면 개혁의 동력을 살리기 어렵다. 생명력이 펄펄 넘쳐도 개혁에 성공할지 미지수인데, 지지율이 낮아지면 개혁 자체를 수행하기 어려워진다. 당장 공무원들이 반응한다. 요즘 공무원들은 복지부동이 아니라 '낙지부동'이라고 불릴 정도다. 정권이 바뀔 것으로 예상해 이번 정부에선 낙지처럼 꿈쩍도 하지 않으려 한다.
용산과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답은 많이 나와 있다. 적어도 개혁의 주체가 개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정쟁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억울함보다는 도덕성을 차별화해 개혁의 동력을 살리는 효과가 크다면 개혁 주체의 희생도 필요하다.
개혁 주체가 전열을 갖춘 뒤엔 치밀한 준비가 중요하다. 특히 개혁에 늘 따르는 저항에 대비해야 한다.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는 집단이 등장하고 이들은 당장의 이익 침해를 우려해 저항한다. 저항의 수단이 강력할수록, 저항의 강도가 크면 클수록 개혁의 난도는 높아지고 국민이 치러야 하는 희생도 커진다.
최악의 결론은 국민이 고통과 희생을 감내했지만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경우다. 그러면 그간 희생은 고스란히 국민 피해로 남는다. 혁신산업에서도, 구조개혁에서도 비일비재하다. 과거나 현대사회나, 국적을 불문하고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개혁에 앞서 개혁 주체는 군사 작전하듯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최종찬, 국가시스템 개혁, 2024).
상당수 개혁은 그러지 못했다.
비효율적인 연구개발(R&D) 예산을 축소하겠다는 조치가 대표적이다. 일선 부서는 개혁 의지도 없었고, 준비도 돼 있지 않았다. 과학기술계 저항은 둘째 치고 관료들의 복지부동이 우선 작동했다. 공무원에게 예산은 권력인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그러니 1년 만에 다시 주워담을 수밖에 없는 개혁이었다.
현재 추진 중인 의료·연금개혁에선 이런 전철을 밟아선 안 될 것이다. 또 개혁 시도가 밀리면 저항은 더 거세지고 그간 희생의 대가는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개혁도, 정권도 성공은 물 건너간다. 2026년부터 대형 선거가 다가온다. 개혁의 시간, 아직도 1년 이상 남아 있다.
[김명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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