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민상 이미경 CJ 부회장 "문화는 전 세계적 연대의 다리"

23일 뉴욕 시상식서 수상소감
아시아 여성기업인으론 최초
문화인 선정도 이번이 처음
미래세대에 관심·동행도 강조

"문화는 비록 전쟁을 끝낼 수 있는 힘은 아닐지라도 인류에 대한 배려와 희망, 공감의 다리를 건설할 힘을 갖고 있습니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아름다운 것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13회 세계시민상(Global Citizen Award 2024)'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연단에 올라 문화의 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계시민상은 자유·평화·번영의 가치에 기여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인사에게 주어지는 최고 권위의 상으로, 이 부회장은 아시아 여성 기업인 중 최초로 세계시민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을 문화인이 받은 것도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세계시민상을 운영하는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문화 사업에 대한 비전 제시와 리더십, 영화 '기생충' 제작을 포함해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미친 영향력, 세계 무대에서 예술적인 스토리텔링을 장려하고자 하는 헌신 등의 공로로 이 부회장에게 제13회 세계시민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프레더릭 켐페 애틀랜틱카운슬 회장은 "문화적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확산한 글로벌 리더로서 보여준 이 부회장의 창의성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나나 아쿠포아도 가나 대통령,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올해 공동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샤리 레드스톤 파라마운트 글로벌 회장의 소개로 이날 시상식 무대에 오른 이 부회장은 "'기생충'과 같은 영화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불평등이라는 중요한 주제에 대한 대화를 끌어냈다. K팝에서 K드라마에 이르기까지 K컬처는 세계 곳곳에서 문화적 장벽을 허물고 기쁨, 웃음, 사랑은 보편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대 이병철 회장은 늘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문화는 산소와 같아서 평소에는 그 존재를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그것 없이는 결코 살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미래 세대에 대한 관심과 동행도 강조했다. 그는 "문화 사업 핵심은 젊은 세대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원하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파악하는 일이다. 그들이 창작하고, 협업하고, 스스로를 표현하고 꿈을 채워갈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고 그들의 문화를 포용해야 한다"며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는 세대를 초월해 다양한 언어와 배경의 사람들이 더 나은, 더 따뜻한 미래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세계시민상 시상식은 유엔 총회 기간에 함께 열렸다. 특히 이번 시상식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머스크는 평소 친분이 깊은 멜로니 총리를 소개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람 슈리람 구글 설립 이사회 멤버, 제프리 캐천버그 드림웍스 창업자,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 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를 비롯한 각국의 정치·경제·문화계 리더 700여 명이 참석해 수상을 축하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이 운영하는 세계시민상은 2010년 국제 협력·분쟁 해결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기관인 대서양협의회가 제정했으며 세계 시민의식 구현과 민주주의 발전 등에 기여한 인사를 선정해 수상하고 있다. 초대 수상자는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이었으며 지난해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이 받았다.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