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나 오페라 무대·의상, 컨테이너 55대로 서울 옮겨와"
한·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맞아
베로나 페스티벌 첫 해외 투어
푸치니 걸작 '투란도트' 공연
"한국 높은 문화 수준에 성사"
10월 12~19일 서울 KSPO돔서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 재현
지난 6월 이탈리아 베로나의 세계적 오페라 축제에서 매진 행렬을 기록했던 오페라 '투란도트'가 오는 10월 서울 한복판에 그대로 펼쳐진다. 다음달 12~19일 서울 KSPO돔에서 열리는 '2024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이다. 100년 전 서거한 작곡가 푸치니(1858~1924)가 만든 숭고한 사랑의 이야기를, 현대 거장 고(故) 프랑코 제피렐리(1923~2019)가 연출한 작품이다.
베로나에서 쓰인 컨테이너 55대 분량의 무대 장치와 의상이 최근 부산항을 통해 들어왔고, 제작진과 출연진 등 이탈리아에서 건너오는 인력만 80여 명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 베로나와 거대한 원형경기장의 정취를 서울 도심에서 느껴볼 기회로 기대를 모은다.
베로나 축제가 이렇게 전막 오페라를 통째로 해외로 옮겨온 건 올해로 101회째를 맞는 축제 역사상 처음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규모, 수반되는 거액의 비용 때문에 보통은 홍보성 투어 콘서트를 하는 데 그친다.
그런데도 이 어려운 초대형 프로젝트를 실현한 건 두 여성,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이탈리아문화원장과 이소영 솔오페라단장의 역할이 컸다. 지난 23일 주한이탈리아문화원에서 만난 이들은 "한·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문화 행사 중에서도 최대 규모"라며 "한국의 높은 문화 수준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먼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마그리 원장이었다. 지난해 이 단장이 유명 이탈리아 오케스트라 초청 공연을 기획하며 문화원에 도움을 청했는데, 역으로 마그리 원장이 "베로나 축제를 초청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단다. 이 단장은 "너무 큰 규모라 엄두도 안 났는데 '부딪쳐보자'는 생각에 제안서를 써서 보냈다"며 "긴 협의를 거치긴 했지만 베로나 축제 측에서도 흔쾌히 협조해줬다"고 했다.
특히 이 단장은 "작년 한 해 동안 베로나 축제에 방문한 한국인이 2000명을 넘는다더라"며 "무엇보다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커진 점 등이 내한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마그리 원장도 이 단장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베로나 축제 측에서도 큰 투자를 결심했다"며 "베로나라는 도시와 축제를 한국 대중에게 더 알리고, 한국의 음악·예술인들도 축제에 참여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고가 55만원의 비싼 표 값이 화제가 됐지만, 최저 가격은 5만원으로 총 8등급으로 나뉜다. 이 단장은 이런 초대형 이벤트가 '오페라 대중화'에 이바지할 기회라고 본다. 분명 베로나 축제는 1913년에 개최된 역사성과 함께 세계적 수준의 성악가와 연주자가 오르는 수준 높은 예술 축제지만, 관객석은 클래식 애호가뿐 아니라 일반 관광객과 현지인들도 즐길 수 있게끔 개방적이다.
이 단장은 "예술이 귀족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지나갔지만,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페라에 느끼는 심리적 벽은 높다"며 "이번 공연이 그 벽을 깨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베로나 축제는 벽을 허물고 산업적으로도 성공한 사례예요. 실제로 베로나 축제에 가보면 드레스·정장을 입은 관객뿐 아니라 가족 단위로 소풍 가방을 싸들고 오는 관객도 많아요. 이번 공연도 관객 분들이 즐기고 싶은 나름의 방식으로 접근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마그리 원장도 좋은 문화예술 공연이 삶의 한 축을 풍성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오페라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극장 연간 회원권이 항상 매진될 정도로 오페라가 대중화돼 있다"며 "은퇴 후의 연금생활자들도 회원권을 구매해 문화를 즐긴다"고 전했다.
마그리 원장은 또 "이번 공연이 많은 관객과 만나 앞으로도 한국과 대규모 문화예술 교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가 기억에 남아요. 기획력 등 상당히 수준이 높아요. 또 다른 작품 '나부코'는 한국적 요소를 담은 의상·무대가 어색함 없이 오페라와 잘 어울렸지요. 이런 공연들이 이탈리아에서도 열리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대형 프로젝트에는 많은 자본이 드는 만큼 정부와 기관의 많은 관심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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