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관계 파탄 '책임공방전'…장형진 탓 vs 최윤범 탓

2024. 9. 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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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분쟁의 원인이 된 '갈등을 제공한 주체'에 대해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CTO)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이 고려아연에 자사 유해 폐기물 처리를 떠넘기려고 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고 밝힌 데 대해 영풍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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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고려아연·영풍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분쟁의 원인이 된 '갈등을 제공한 주체'에 대해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CTO)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이 고려아연에 자사 유해 폐기물 처리를 떠넘기려고 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고 밝힌 데 대해 영풍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날 고려아연의 이 부회장은 "양사 동업 관계가 상당 기간 잘 유지됐는데, 정확히 4∼5년 전 환경문제가 불거지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1985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40년간 온산제련소 운영을 이끌어왔다. 대한민국 100대 기술인으로 선정되는 등 최창영 명예회장과 함께 고려아연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카드뮴 등 배출 사건이 문제가 되자 영풍이 고려아연에 해결을 요구했고, 이를 최윤범 회장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장형진 영풍 고문은 이 문제 해결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통해 하고 싶어 했지만, 우리는 남의 공장 폐기물을 받아서 처리하는 것은 배임이고 범죄행위여서 할 수 없었다"며 "이걸 막은 게 바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었고, 그 뒤로 장 고문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영풍이 고려아연에 부당하게 경영 부담을 떠넘기려는 시도가 있었다면서 "증거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영풍에 대해 "석포제련소 경영 실패로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를 일으켜 국민에 빚을 지고 있으면서 이제는 기업사냥꾼인 투기자본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MBK파트너스·영풍과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석포제련소 폐기물 처리, 최윤범이 거부하자 갈등 시작
 vs 한화·현대차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자사주 교환으로 지분 희석이 원인


이 부회장의 주장에 대해 영풍은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영풍은 "석포제련소는 2019년 카드뮴 공장을 폐쇄하면서 한때 고려아연에 카드뮴 제련의 원료로 카드뮴 케이크를 판매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다른 외부 업체에 판매하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영풍과 자로사이트 케이크와 카드뮴 케이크 등 폐기물 처리를 고려아연에 떠넘기려 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자로사이트 케이크에는 일부 아연 및 금속 성분이 남아있어 재처리를 통해 금속 성분을 더 추출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몇 년 전 고려아연과 자로사이트 케이크 처리 방안에 대해 협의한 적은 있으나 최종적으로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영풍은 "따라서 폐기물 처리 문제 때문에 영풍 측과 관계가 틀어졌다는 발언도 거짓이며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담긴 발언"이라며 "영풍과 고려아연의 관계가 틀어진 본질적인 이유는 최윤범 회장 본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최 회장이 2019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고려아연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한화와 현대차 그룹 등에 잇달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자사주 상호 교환 등으로 무려 16% 상당의 지분가치를 희석시키면서 기존 주주들의 비례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또 영풍은 "이로 인해 최대주주인 영풍과 갈등을 빚게 됐고, 결국 영풍은 최대주주로서 고려아연의 경영권 강화 및 경영 정상화를 위해 MBK파트너스와 협력해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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