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뉴라이트’ 논란 교과서 이어…원저자 모르게 ‘표지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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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논란이 불거진 한국사 교과서를 제작한 한국학력평가원이 교과서 검정을 통과하려고 '표지갈이' 문제집을 만들면서, 원본 저자들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한국학력평가원은 해당 문제집의 국제표준도서번호를 받으면서 허위로 저자를 기재했다.
한국학력평가원은 이후 이 문제집의 인쇄본을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용으로 제출한 뒤, 이를 증명하는 납본 증명서를 교과서 검정을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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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논란이 불거진 한국사 교과서를 제작한 한국학력평가원이 교과서 검정을 통과하려고 ‘표지갈이’ 문제집을 만들면서, 원본 저자들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당 문제집의 국제표준도서번호(ISBN)을 신청하면서 저자마저 허위로 기재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검정을 진행한) 교육과정평가원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답변을 회피했다.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학력평가원이 2023년 발간한 문제집 ‘한국사2 적중 340제’를 보면, 어느 곳에도 저자 이름이 없다. 발행인인 한국학력평가원 대표와 책임편집자 이름만 적혀 있다.
해당 문제집은 한국학력평가원이 2007년 출판한 문제집을 표지만 바꾼 채 그대로 재출판했다. 검정 신청 기준인 최근 3년간 검정을 신청하는 교과 관련 도서를 1권 이상 출판한 실적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욱이 2007년판 문제집과 2023년판 문제집의 내용이 동일한데 2007년판 문제집의 저자 동의조차 받지 않았다. 저자 중 한명인 ㄱ씨는 한겨레에 “문제집이 새로 나온 줄 몰랐다”며 “2007년에 문제집을 낸 뒤로 출판사와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다”고 했다. ㄴ씨는 “16년 전에 없어진 과목의 문제집을 그대로 표지갈이해서 내버리는 게 어딨느냐”며 “검정 과정이 이렇게 부실하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학력평가원은 해당 문제집의 국제표준도서번호를 받으면서 허위로 저자를 기재했다. 백승아 의원실에 따르면, 2023년 문제집의 국제표준도서번호를 신청하면서 2007년판 문제집과 관계없는 김아무개씨를 저자로 등록했다. 한국학력평가원은 이후 이 문제집의 인쇄본을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용으로 제출한 뒤, 이를 증명하는 납본 증명서를 교과서 검정을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제출했다.
한국학력평가원의 이러한 행위는 저작인격권 침해와 공무집행 방해 등에 해당할 수 있다.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자와 출판사 간 계약서의 내용을 봐야 확실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저작자가 저작물에 대해 자신이 저작자임을 표시할 수 있는 성명표시권을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또한 저자를 허위로 기재해 교과서 검정에 이용했다면 공무집행방해나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백승아 의원은 “원저자의 동의도 없이 검정 자격 심사를 위해 실제 팔지도 않을 문제집을 출판한 것은 중대한 문제”라며 “교육부와 평가원은 직무유기를 멈추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라”고 했다. 반면 한국학력평가원은 한겨레의 수차례 연락에도 응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회의에서도 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 부실 검증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16년 전 만들어놓은 문제집을 표지갈이해서 제출한 출판사가 한국사 교과서 검정 신청 자격을 조작했다”고 지적하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검정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확인을 했다”고 답변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이 교육부 공무원인 김건호 교육부 청년보좌역(별정직 6급)이 학력평가원이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사실을 들며 자격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이 부총리는 “평가원 공고문에 교육부 직원은 안된다는 말이 없다”고 답했다. 김 청년보좌역은 교육위 회의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아플 것 같다”며 출석하지 않았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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