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이런 일이 있다면"…설경구X장동건 '보통의 가족', 2024년 관통 부조리극 [MD현장](종합)

강다윤 기자 2024. 9. 2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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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통의 기자'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 / 송일섭 기자(andlyu@mydaily.co.kr)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어른들이 만들어낸 아이들의 이야기, 2024년과 딱 맞는 부조리극이 온다. 묵직하고 딥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게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허진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이 참석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네덜란드의 작가 헤르만 코흐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디너'를 원작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보통의 기자'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 / 송일섭 기자(andlyu@mydaily.co.kr)

이날 허진호 감독은 "처음 대본을 먼저 받고 그동안 나왔던 영화들을 보고 원작소설을 읽었다. 만들어진 영화들도 훌륭했고 내가 이걸 다시 잘 만들 수 있을지 고민들을 했다"며 "나도 숨길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부모들이 어떻게 행동할까, 나도 자신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공감이 갔다. 어떤 이야기의 틀들을 지금 한국사회로 가져와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보통의 가족들'이라는 제목에 대해 "나한테 이런 일이 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 봤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다 경험하는 보통의 일일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보통의 가족'이라는 제목이 좋았다. 그 제목에서 역설적인 느낌, 반어적인 느낌도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이 제목이 또다시 영화를 생각하게 해주는 것 아닌가 생각해서 이 제목을 선택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보통의 기자'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 / 송일섭 기자(andlyu@mydaily.co.kr)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변호사 재완은 설경구가 연기한다. 재완은 늘 이성적인 태도로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이는 인물로,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목도한 후에도 동요되지 않는 감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설경구는 극 중 세 번의 '디너' 장면에 대해 "감독님은 8번씩 찍었다고 하시는데 커트 당 하면 100컷이 넘었다. 해도 해도 끝이 안 났다"며 "세 번의 식사 장면이 세 번마다 각자의 주제가 다르고 감정이 다르다. 촬영하면서 사실 그 장면을 찍을 때 배우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우리 영화가 육체적으로 힘든 장면들은 많이 없는데 그 장면은 4명의 입장이 다 다르고 심리를 표현해야 했다"라고 고충을 전했다.

또한 재완의 감정선에 대해 "영화에서는 아이 방에 있는 CCTV 목소리를 통해 듣고 감정변화가 생긴 거로 보인다. 그런데 재완의 감정변화는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 늘 그래왔듯이 시기도 좀 따졌을 거다. 숨기고 계속 살아갈 수 있는지부터 자수했을 때, 잡혔을 때 여러 가지 수를 생각해서 끝까지 이성적으로 판단했다고 생각한다"고 짚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세 번의 식사 장면이 세 번마다 각자의 주제가 다르고 감정이 다르다. 촬영하면서 사실 그 장면을 찍을 때 배우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우리 영화가 육체적으로 힘든 장면들은 많이 없는데 그 장면은 4명의 입장이 다 다르고 심리를 표현해야 했다"라고 고충을 전했다.

영화 '보통의 기자'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 / 송일섭 기자(andlyu@mydaily.co.kr)

장동건이 분한 재규는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고 명예와 관련된 일에는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도덕적이고 자상한 소아과 의사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며 그와 관련된 굳은 가치관을 지닌 '재규'는 어느 날 자신의 아이의 충격적인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된다.

장동건은 복잡한 재규의 감정선에 대해 "재규의 감정변화 계기는 다른 역할들에 비해서 조금 불확실한 점이 좀 있다. 어떤 계기로 입장이 바뀌고 마음이 바뀌었을까 감독님이랑 현장에서 굉장히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또 가장 큰 변화를 느끼는 캐릭터"라며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재규의 진심은 마지막에 내렸던 결정을 마음속에서는 하고 싶어 했던 사람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짚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사람이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선택과 결정의 순간이 있는데 그 선택들이 모여서 그 사람의 성격이 되고 인성이 되고 가치관이 형성된다. 재규는 그런 선택들을 더 많이 했던 사람"이라며 "이 영화를 볼 때 사실 정답은 굉장히 분명하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다 알고 있는데 정답이 중요해지지 않고 맞는 답을 찾는 게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 재규는 처음부터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이고 명분이 주어졌을 때 오히려 더 본인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보통의 기자'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 / 송일섭 기자(andlyu@mydaily.co.kr)

프리랜서 번역가이자 자녀 교육부터 시부모의 간병까지,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성공한 워킹맘' 연경은 김희애가 맡는다. 가족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연경은 자신의 아이가 범죄를 저지르는 현장을 담은 CCTV를 보게 된다.

김희애는 연경에 대해 "프리랜서 번역 가고 시어머니 아프신 걸 간병도 하고 봉사도 다니는 완벽한 여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문제가 닥쳤을 때 모든 것을 내던지고 날 것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순수하고 자기 앞에 직면한 것에 올인하는 단순한 여자"라고 설명했다.

또한 극 중 연경이 재완, 재규 형제를 가리키며 '형제가 둘 다 돌아버리게 한다'라는 대사에 대해 "첫째 재완은 유능한 변호 사고 재규는 어린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의사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이런 문제가 닥쳤을 때 연경을 돌게 만드는 행동들에 그 대사는 통쾌한 멘트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 '보통의 기자'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 / 송일섭 기자(andlyu@mydaily.co.kr)

한국 영화에 첫 도전하는 수현은 평소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쿨한 성격을 지닌 지수를 연기한다. 지수는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 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무너지는 가족들 사이에서 사건을 진실된 눈으로 바라보는 인물이다.

수현은 첫 한국 스크린 데뷔작에서 김희애가 연기한 연경과 감정충돌을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와 관련 수현은 "사실 지수의 대사들이 좀 뜬금없는 타이밍이 있다. (극 중 김희애가) '저기요'를 하는데 워낙 포스가 있으시니까 뚫고 들어가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내가 생각하는 지수는 연경을 봤을 때, 여자로서 어린 엄마로서 성숙한 엄마의 감정을 보고 '이런 감정도 있나' 알게 된 것 같다. 또 이게 맞는 거잖아요'하고 소심하게나마 호소를 해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끝에는 '나도 신념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 '보통의 기자'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 / 송일섭 기자(andlyu@mydaily.co.kr)

'보통의 가족'은 국내 개봉에 앞서 북미 지역 최대 영화제로 꼽히는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를 비롯한 19개 영화제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다음 달 2일 개막하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허 감독은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 (해외 영화제에서) 어떤 관객 분이 '이건 학교에서 틀어야겠다. 이건 학부모와 같이 봐야 할 영화'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나도 자식이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시대가, 우리가 다 느끼고 있는 교육에 문제가 있고 '이게 어떻게 이렇게까지 왔는지'하고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나까지 포함한 질문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건 어른들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보통의 가족'은 오는 10월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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