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고 기빨려”...피로한 민낯찾기, ‘보통의 가족’[MK현장]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4. 9. 2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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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가족 배우들. 유용석 기자
각자의 확고한 신념을 갖고 살아가던 네 어른이 내 자식의 범죄를 마주하고 요동친다. 변화하다 마침내 무너진다. 배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의 앙살블로 표현한 대혼돈 영화, ‘보통의 가족’다.

허진호 감독은 24일 서울시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대본을 받고, 그동안 나왔던 영화를 보고, 원작 소설을 읽었다. 기존에 만들어진 영화도 훌륭하고, 제가 이걸 다시 잘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운을 뗐다.

허 감독은 “숨길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아이의 부모들이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저도 부모기 때문에 공감이 갔고, 이야기의 틀을 지금 한국 사회에 가지고 와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용기를 냈다”면서 “범죄를 저지른 자식 앞에 두 가족이 하는 행동이 보통은 아니다. 근데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통의 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 제목에서 역설적인 느낌, 반어적인 느낌이 있어서 영화의 제목을 이렇게 지었다”고 소개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가 2009년 내놓은 소설 ‘더 디너’(The Dinner)가 원작이다.

허진호 감독. 유용석 기자
‘디테일 장인’으로 유명한 허진호 감독은 극 중 세 번의 ‘디너’ 장면에 대해 “정말 굉장히 긴 호흡으로 찍어야되는 장면들이었다. 배우들이 많게는 8번이나 똑같은 연기를 계속해야 됐다. 화면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연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그런 장면에서는 옆에서 리액션만 해주면서 도움을 줄 정도의 연기만 한다. 그런데 우리 김희애 배우가 화면에 안 나오는데 우는 연기를 정말 똑같이 해주셨다. 그 다음부터 다른 배우들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들이) 정말 그 장면들에 있어서 그런 감정 연기를 7번, 8번 이렇게 하시는 걸 보고 나도 많이 놀랐다. 배우들 덕분에 식사하는 장면이 긴장감 있고 재밌게 잘 나온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설경구는 이에 “감독님이 8번 촬영했다고 했는데 컷트당 하면 100번 정도 찍었다. 해도 해도 끝이 안 났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멀리서 식사 장면이 보일 때는 화기애애해 보일 수 있으나, 카메라가 가까이 올수록 묘하게 흔들리고 균열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장동건은 설경구와의 호흡에 “선배님과 함께 연기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치열하게 다투는 장면을 생각하고 갔는데 형은 여유롭게 능글맞게 받아 치더라. 처음 리허설 때와 다른 감정으로 표현됐고, 저를 ‘흥부’라고 부르는 장면은 형의 애드리브였다. 그런 게 현실감 있고, 이 영화에 더 맞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또한 “감정이 갑자기 변한 것 같지만, 사실 ‘재규’는 처음부터 마지막에 내린 결정처럼 하고 싶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선택과 결정의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이 모여서 사람의 성격이 되고, 인성이 되고, 가치관이 되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영화를 보며 생각할 때 정답은 분명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다 알고 있는데 맞는 선택인지, 자기한테 유리한지, 불리한지 따지면서 정답은 중요해지지 않는 거다. 그런 인간의 본성을 표현한 것 같다. ‘재규’는 어떤 명분이 드러났을 때 오히려 본성을 더 드러내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세 번의 식사마다 감정이 다르다. 우리 영화는 육체적으로 힘든 장면은 없는데, 그 장면 찍으면서 배우들이 가장 힘들어했다. 네 명의 입장이 다르고, 그 심리를 세심하게 조율해야 했다. 기가 많이 빨리는 장면들이었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서로가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수현. 유용석 기자
김희애는 가족을 지키려는 ‘연경’으로 분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순수하고, 내 앞에 직면한 문제에 집중하는 여자인 것 같다. ‘보통의 가족’ 속 형제는 사회적으로 존경스러운 인물이지만, 이런 문제가 닥쳤을 때 ‘연경’을 돌게 만드는 행동이 어떻게 보면 관객에게는 통쾌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배우 수현이 전날 이혼 발표 후 선 첫 공식석상에서 밝은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2019년 3살 연상 기업인 차민근 대표와 결혼해 이듬해 9월 딸을 출산했지만, 결혼 5년 만에 이혼을 하 됐다.

수현 역시 저녁 식사 장면에 대해 “영화에 주요한 저녁 식사 장면이 세 번 있다. 그 때마다 엄청난 긴장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 텐션을 뚫고 어떻게 입을 떼느냐가 가장 고민스럽고 힘들었다. 감정이 요동치는 장면들이었다”면서 “감독님께서 ‘이렇게 해볼까?’ 혹은 ‘저렇게 해볼까?’ 하시면, 또 다른 집중력과 힘이 생겼다. 에너지가 떨어질 새가 없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수현은 “지수를 연기하면서 (세 선배들 사이) 이 텐션을 뚫고 어떻게 입을 떼느냐가 가장 고민스럽고 힘들었다”며 “듣기만 해도 많은 감정이 요동치는 신들이 많았던 거 같다. 저녁식사 장면 촬영은 긴 시간에 걸쳐 이뤄져서 지루할 법도 한데 감독님이 ‘이렇게 저렇게 다르게 해볼까’ 제안해주실 때, 배우들도 ‘네 그렇게 해보겠다’고 대답하며 자연스레 또 다른 집중하는 힘이 생기는 거 같다. 에너지가 떨어질 틈 없이 잘 유지됐던 거 같다”고 떠올렸다.

또한 “사실 지수의 대사들도 타이밍이 뜬금없는 포인트가 있다. 앞서 뚫고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말씀드렸는데 김희애 선배님이 제게 ‘저기요’를 말씀하시는데 그게 워낙 포스가 있으시니까 사실 쉽지 않았다”면서도 “제가 보는 지수는 여자로서는 어린 엄마로서 좀 더 성숙한 엄마인 연경을 봤을 때 ‘아 엄마에게 이런 감정도 있나?’를 알게 된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맞는 거잖아요’라고 소심하게나마 자신의 생각을 호소를 해보는 것이기도 하고, 그 결과 끝에는 ‘이제 나도 내 신념이 있어’ 이야기하는 입장이라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10월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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