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70년 만의 정년연장…남녀 ‘10년 은퇴 격차’는 그대로 왜?

박은하 기자 2024. 9. 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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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절 연휴 기간 베이징의 한 딤섬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2021년 2월 16일 촬영./게테이미지

중국 정부가 정년을 연장하면서 남녀 정년격차는 유지했다.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해 여러 후속조치가 논의되는 가운데 정년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지난 13일 채택한 결정에 따르면 2025년 1월 1일부터 2039년까지 15년에 걸쳐 남성의 법적 퇴직연령은 60세에서 63세로 연장된다. 여성의 경우 생산직은 50세에서 55세로, 사무직은 55세에서 58세로 늘어난다.

중국은 1951년 만들어진 ‘노동보험 조례’에서 처음 정년을 정할 때부터 남성은 60세, 여성은 50세로 차이를 뒀다. 1955년 여성 간부는 55세로 한다는 규정이 추가됐다. 1979년 여성 일부 직군 정년을 조정했지만 ‘남성-여성 생산직-여성 사무직’에 차이를 두는 틀은 계속 유지됐다,

평등을 강조한 사회주의 국가에서 남녀 정년에 차이를 둔 이유에 대해 1950년대 당국자들은 여성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중국 여성들은 대부분 두 명 이상의 아이를 낳아 길렀고, “집안일은 여성이 해야 한다”는 관념에 따라 퇴근 후에도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작업장 환경이 열악한 곳이 많아 여성이 오래 일하기 힘들다고 여겨졌다. 사회주의 혁명으로도 뿌리 뽑지 못한 전통적인 남존여비 관념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여성의 교육 수준이 올라가고 작업장 환경이 개선되면서 남녀 정년이 같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헌법이 남녀평등을 보장하지만 정년에 차이를 둬 직장에서 차별을 제도화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년이 짧으면 승진 기회도 적어지고 은퇴 후 낮은 연금을 받는다.

2000년대 초반 국정자문기구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들이 여성의 정년을 남성과 동등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2014년 사설에서 “현행의 퇴직 제도를 개혁해, 남녀의 정년을 서서히 탄력적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썼다.

중국 당국은 이번에 남녀 정년격차를 유지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평등보다 재정 안정에 앞세웠을 가능성이 높다. 여성의 정년을 남성과 동등한 수준으로 늘리면 여성 퇴직자들에게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현행 개혁안보다 연금재정이 받는 압박이 심해질 수 있다.

중국 최고 지도부의 보수적 시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중국 지도부에서는 성 평등보다 전통적 가치관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오히려 힘을 얻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여성대표회의 폐막식에서 “우리는 결혼과 육아와 관련해 새로운 문화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사랑과 결혼, 출산, 가족에 대한 젊은이들의 시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한 2022년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선출한 정치국에는 25년 만에 여성 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청년실업률이 18%를 넘어서는 등 청년실업이 극심한 상황에서 이번 정년연장을 두고 고령층이 젊은층 취업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남녀 정년격차 유지에는 노동시장에서 남성 중시 관념이 계속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남녀 정년격차 해소 논의가 나올 때마다 여성의 정년연장이 남성의 취업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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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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