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조원 '협력사 ESG펀드' 조성…"무이자 대출 지원"

국내 중소·중견기업 위한 업무협약 체결
협력사 ESG 시설·기술 자금 무이자 대출
업체당 최대 20억원 한도…3년까지 연장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2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감독원, 5대 금융지주와 함께 국내 협력회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지원하는 1조원 규모 ‘협력사 ESG 펀드’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5대 금융지주 회장(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삼성은 1조원을 5대 은행에 예치하고, 중소·중견 협력회사들은 예치이자 및 감면금리를 활용해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대기업과 금융권이 ESG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례인 셈이다. 향후 상생문화 확산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방인권 기자)

정부·단체 연대…ESG 역량 강화 지원

삼성전자는 그간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협력사 ESG 역량 강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 기관·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연대를 통해 글로벌 규제에 공동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중소·중견기업 ESG 경영 지원을 위해 협약 주체 간 협력을 조율할 예정이다. 5대 은행은 삼성이 예치한 재원을 관리해 협력사에 필요한 자금이 적재적소에 공급될 수 있도록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고, 필요시 중소기업 사업장의 재해 예방과 탄소 감축 등에 대한 컨설팅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으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공급망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 협력사들이 ESG 경영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삼성전자는 협력사들이 ESG 경영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자금, 인력양성, 기술 등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1조 ESG 펀드 조성…20억 무이자 대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협약을 통해 총 1조원 규모의 협력사 ESG 펀드(삼성전자 8000억원, 삼성디스플레이 2000억원)를 조성해 1차 협력사들이 ESG 경영에 어려움이 없도록 무이자 대출을 지원한다.

협력사가 사업장 환경·안전 개선, 에너지 사용 저감 등 ESG 투자 계획을 수립해 대출을 신청하면 삼성전자와 은행은 자금 목적이 ESG에 적합한지 심사해 지원한다. 심사 결과에 따라 업체당 최대 20억원 한도 내에서 필요 자금을 최장 3년간 무이자로 대출 받을 수 있다. 최초 대출 이후 1년 단위로 최대 2회까지 연장 신청이 가능하다.

협력사들이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건 삼성이 5대 은행에 예치한 1조원 기금의 이자를 활용하고, 협약을 맺은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이 추가로 대출금리를 감면해 주기 때문이다. ESG 펀드는 다음달부터 향후 6년간 시행한다.

협력사 ESG 경영 가속화…상생협력 실천

최근 ESG 경영이 글로벌 화두로 부상하면서 중소·중견기업들은 ESG 경영 전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ESG 관련 투자는 당장 매출에 기여하기 어렵고 투자 회수에 긴 시간이 걸려 중소·중견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환경·안전 친화적 시설과 설비 투자는 많은 비용이 든다.

이에 삼성은 지난해 3월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60조1000억원 투자를 발표했다. 이번 ESG 펀드 지원 계획은 그 일환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상생협력 모델의 실천을 위해 협력사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조민정 (jjung@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