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없다고? 서울시, 청딱따구리 보호 동물 해제 논란
서울시가 최근 보호 야생생물 55종을 재지정하는 과정에서 청딱따구리를 제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다른 딱다구리보다 개체 수가 많지 않은데 유독 청딱다구리만 제외했다"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딱따구리를 제외하는 대신 물새나 겨울철새를 추가해 다양한 서식지를 보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딱다구리보전회 등 90여 개 단체와 개인 1,700여 명은 23일 성명을 내고 "청딱다구리를 보호종에서 해제한 서울시 결정은 과학적 근거가 부실하다"며 "딱다구리의 생태적 지위와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딱따구리가 표준어지만 보전회는 한국조류학회가 딱따구리의 방언인 더구리에서 유래한 '딱다구리'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점을 고려해 딱다구리로 쓴다.)
보전회는 서울연구원이 이달 2일 발표한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 서식실태 조사와 재지정 연구'를 인용, 청딱따구리와 오색딱따구리가 "서식 실태 분석 결과, 흔한 일반 종"이라는 이유로 보호 야생생물 해제 후보 종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오색딱따구리는 시민 선호도가 높아 보호 야생생물 지위가 유지됐고, 청딱따구리는 시민 선호도가 낮아 해제가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보전회 측의 주장이다.
서울시 "청딱다구리, 보상효과로 보존 가능"
실제 연구에는 "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 쇠딱다구리 등 3종은 서울 전역에 분포하며 개체 수 감소가 유의미하지 않은 종으로 나타나 유사한 둥지와 서식지를 이용하는 1종은 제외해도 보상효과로 서식지가 함께 보존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어 "반면 물새나 겨울철새를 추가하면 기존 산림성 위주로 지정돼 있는 보호 야생생물에 비해 하천 등 다양한 서식지까지 보존될 수 있다는 전문가 자문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시민 선호도 조사에서도 오색딱다구리(46.8%)가 청딱다구리(33.5%)보다 높다"며 "서식현황 및 생태적 특성, 시민 선호도 등을 반영해 청딱다구리가 해제 종으로 제안됐다"고 돼 있다. 실제 이번 재지정에서 조류는 서울의 하천 건강성을 나타내는 꼬마물떼새, 산림생태계 건강성을 대표하는 호랑지빠귀, 도래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는 홍여새가 새로 선정됐다.
시민단체, 청딱다구리 많다는 근거 없어... 보호가치 충분
반면 보전회는 청딱다구리의 (누적) 출현지점이 182개로 오색딱다구리(253개), 쇠딱다구리(230개)에 비해 오히려 적었다는 점에서 출현 지점이 '지속적으로 확인되는 흔한 일반 종'이라는 판단이 맞는지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① 오색딱다구리와 청딱다구리는 생태적 지위가 거의 같다는 점 ② 청딱다구리의 둥지 입구가 다른 딱다구리의 것보다 커서 몸집이 큰 생물을 깃들게 할 수 있다는 점 ③ 청딱다구리의 개체 수가 다른 딱다구리에 견줘 많다는 근거가 부족한 점을 들며 해제 재검토를 촉구했다.
청딱따구리는 몸길이 30㎝ 안팎으로 배와 머리는 회색, 등은 녹색을 띤다. 등이 푸른색(녹색)이어서 청딱따구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수컷은 머리 위쪽으로 붉은 털이 돋아나 구별하기 쉽다.
김성호 딱다구리보전회 공동대표는 "청딱다구리가 오색딱다구리와 큰오색딱다구리보다 덩치가 커서 이들의 둥지를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 보호 이유가 있으면 보호종으로 정하면 되는 것이지 딱다구리 종류가 많이 포함돼 있으니 뺄 구실을 찾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연구원의 연구에 자문으로 참여한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장은 "청딱다구리가 오색딱다구리나 큰오색딱다구리의 둥지를 사용할 수 없다고 확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호생물에서 해제하는 이유가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건 아니었다"며 "산림성 조류가 아닌 하천 등에 사는 조류를 포함시켜 다양한 서식지를 보전하자는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이어 "다만 보호생물 지정에 있어 충분한 연구가 수반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며 "기초 자료 확보를 위해 마릿수와 서식지 연구를 병행하고 이를 위한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시 보호 야생생물에 대해서는 포획, 채취, 훼손 등이 금지되고 이를 어길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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