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우주론의 전환점 [오철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4. 9. 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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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론의 위기를 말하는 우주론 과학자의 목소리가 몇년 새 과학 뉴스에서 잦아졌다.

초기 우주에는 우주 팽창을 이끄는 암흑에너지가 더 컸고, 그래서 초기의 팽창과 이후의 팽창이 다를 가능성은 없을까? 우주 규모에서 암흑물질의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관한 표준 우주론의 설명은 충분한가?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우주론 연구자는 "우주론 모형을 수정하는 이론적 아이디어가 수백에 달할 정도로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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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론 과학자들은 현대 우주론이 전환점에 서 있다고 말한다. 우주론 연구자들은 표준 우주론에 들어맞지 않는 우주 관측 자료들이 쌓이면서 표준 우주론의 이론 모형에 대폭 또는 소폭의 수정과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위 이미지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수많은 은하들을 보여준다. NASA, ESA 제공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우주론의 위기를 말하는 우주론 과학자의 목소리가 몇년 새 과학 뉴스에서 잦아졌다. 지난 4월에는 권위 있는 과학단체인 영국 왕립학회가 ‘표준 우주론 모형에 도전하다’란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었다. 연구자와 언론인이 협업하는 비영리 매체 ‘더 컨버세이션’의 영국판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최근 ‘위기의 우주론?’이라는 연재를 기획했는데, 첫 글에서 우주론 연구자는 “위기가 적당한 표현인지 몰라도 우주론은 확실히 전환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20세기 중반 이후 물리학, 천문학과 더불어 정교하게 발전해온 현대 빅뱅(대폭발) 우주론에 잘 들어맞지 않는 관측 결과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이제 적어도 위기의 지점이 어디인지는 또렷해졌다. 첫째, 우주 팽창 속도(허블상수)가 위기를 키웠다. 그동안 확연히 다른 두 갈래의 팽창 속도가 충돌해왔다. 현대 우주론은 전 우주에 퍼진 온도 분포(우주배경복사)를 정밀 관측한 플랑크 위성 자료를 기반으로 팽창 속도를 ‘67.4’(단위 ㎞/s/Mpc)로 제시한 바 있는데 이는 우주의 구조와 진화를 잘 설명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2016년 애덤 리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우주 관측에서 얻은 팽창 속도를 훨씬 큰 값인 ‘73’으로 제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차이는 관측 방법의 문제 때문일까? 우주론의 허점 때문일까? 우주 팽창 속도 논란은 이제 대표적인 과학 논쟁이 됐다.

그 사이에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등장하고 더 정확한 관측으로 논란이 종결되리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새로운 관측 결과에서도 관측 그룹별로 속도 값의 불일치가 확인돼 논쟁은 해소되지 못했다.

둘째로, 해상도 높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처음 관측한 머나먼 초기 우주의 모습이 우주론의 위기를 더욱 부추겼다. 표준 우주론 모형에 따르면 빅뱅 이후 10억년이 안 된 초기 우주에서는 거대 은하가 출현하기 어려운데도, 관측된 일부 은하는 오늘날 은하와 비슷하게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초기 우주는 표준 우주론의 우주 역사와는 다른 상태였을까?

현대 우주론에 들어맞지 않는 불일치 현상이 계속 보고되면서 여러 대안의 가설이 등장하고 있다. 초기 우주에는 우주 팽창을 이끄는 암흑에너지가 더 컸고, 그래서 초기의 팽창과 이후의 팽창이 다를 가능성은 없을까? 우주 규모에서 암흑물질의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관한 표준 우주론의 설명은 충분한가?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우주론 연구자는 “우주론 모형을 수정하는 이론적 아이디어가 수백에 달할 정도로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말을 유행시킨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은 기존 과학 이론으로 설명하기 힘든 변칙 현상이 늘어날 때 위기가 쌓이다가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 이론이 등장하면서 그 위기가 해소되는 과정을 설명한 바 있다. 우주론 위기가 우주론의 풍경을 바꾸는 변화로 나아갈지, 풍경 일부의 세밀 묘사를 고치는 데에서 멈출지는 지켜봐야 한다. 요즘 여러 연구자의 글을 보면, 크건 작건 전환점은 아주 멀지 않은 시기에 찾아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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