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레이디와 국격 [유레카]

이재성 기자 2024. 9. 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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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했던 체코 언론 '블레스크'가 김건희 여사를 "사기꾼"(podvodnik)이라고 표현했다가 "흠결 있는 영부인"으로 완화하고 일부 내용을 삭제했다.

수정 요청은 주체코 한국대사관이 했다고 한다.

체코 언론 보도에서 가장 부끄러운 대목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의 2심 형량을 언급하면서, 검찰의 부실 수사 가능성을 에둘러 지적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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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했던 체코 언론 ‘블레스크’가 김건희 여사를 “사기꾼”(podvodnik)이라고 표현했다가 “흠결 있는 영부인”으로 완화하고 일부 내용을 삭제했다. 수정 요청은 주체코 한국대사관이 했다고 한다. 블레스크는 체코의 전국 일간지로 발행부수 2위, 열독률 1위의 타블로이드 신문이다.

김 여사에 대한 외신의 보도가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윤 대통령 부부가 방문하는 나라마다 거의 비슷한 소동이 있었다. 올해 6월 카자흐스탄 언론 ‘아자티크 루히’는 성형 수술을 언급했다가 삭제했고, 지난해 11월 영국 ‘데일리 메일’은 “논란이 많은 영부인”이라며 탈세와 표절, 주가조작 의혹 등을 보도했다. 한국에서는 ‘명품 백 수수 사건’이라고 건조하게 부르지만, 외신들은 “디올백 스캔들”이라고 명명하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의 마리 앙투아네트 퍼스트레이디’라는 표현이 함께 쓰였다.

체코 언론 보도에서 가장 부끄러운 대목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의 2심 형량을 언급하면서, 검찰의 부실 수사 가능성을 에둘러 지적한 내용이다. 대한민국이 대통령 부인 같은 특별한 사람들은 법의 처벌을 받지 않는 정치·사법 후진국이라는 사실을 전세계가 알게 된 듯하다. 증거가 명백한 주가조작범도 처벌하지 않는 나라에서 정부가 기업 밸류업을 추진한다고 홍보하고, 세계를 향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건 도리어 극적인 대비 효과만 키울 뿐이다. 대통령 부부의 외국 방문이 성과를 내기는커녕 국가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퍼스트레이디는 걸어 다니는 국가 브랜드인 셈인데, 한국의 이미지에 위조와 조작, 표절 등 부정적인 상징들을 덧씌운 셈이다. 게다가 관저 공사와 공천 개입 등 새로운 의혹이 지속해서 추가되고 있고, 의혹의 진상 규명을 대통령 권력의 힘으로 찍어 누르고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다.

김 여사는 본인의 범죄 혐의나 논란 말고도 잔고 증명서 위조 혐의로 구속수감됐던 모친 최은순씨의 각종 사업을 적극 도왔던 흔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김 여사의 검찰 네트워크가 활용됐다는 의혹이 지난 대선 당시 제기된 바 있다. 한국 언론은 이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거나 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겪는 나라 망신은 그 불성실함과 직무유기의 대가다.

이재성 논설위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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