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현장] 국회에 선 홍명보 감독 일문일답 "유럽파 체크해야 할 때인데...국민들에게 말하는 게 맞아 나왔다"
[스포티비뉴스=국회, 조용운 기자]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자신의 선임을 둘러싼 의혹에 정면돌파 입장을 보였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4일 국회에서 현안 질의를 열고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과 정몽규 회장의 4선 연임, 잇따른 행정 난맥상 등 부정적인 이슈가 두드러진 대한축구협회의 운영 실태를 들여다 봤다. 이를 위해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김대업 기술본부장 등 축구협회 내 인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당초 10월 예정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요르단(원정), 이라크(홈)와 3~4차전을 대비하기 위해 불참을 고려했던 홍명보 감독은 현안에 직접 답하려 일정을 옮겨 증인으로 참석했다.
홍명보 감독은 10년 만에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예선을 통과시킨 최강희 감독의 뒤를 이어 소방수로 급히 대표팀을 지도한 홍명보 감독은 1무 2패 성적으로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팬들의 비판 속에 대표팀에서 물러난 홍명보 감독은 행정가로 변해 축구협회 전무이사로 일했다. 이후 울산 HD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했고, 지난 두 시즌 K리그1 정상으로 이끈 지도력을 인정받아 다시 태극호의 수장이 됐다.
그러나 축구협회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평가를 내렸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되고 처음 꾸려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에서부터 홍명보 감독이 1순위로 거론됐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울산을 이끌고 있었기에 현직 K리그 지도자를 빼오려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후 전강위는 여러 회의 끝에 미국 출신의 제시 마쉬 현 캐나다 대표팀 감독을 1순위로 삼아 협상을 진행했다. 다만 마쉬 감독은 연봉 및 세금에 있어 견해차가 커 선임이 무산됐다.
전강위는 원점으로 돌아가 총 11차 회의를 진행한 끝에 홍명보 감독을 낙점했다. 현안 질의에서 공개된 회의록에서도 홍명보 감독은 국내외 지도자를 총망라한 평가에서 1순위였던 게 확인됐다. 절차상에서는 문제될 게 없다.
다만 문체위원들은 홍명보 감독이 1순위에 오르기까지 과정이 공정했는지 살펴보려 한다. 이를 위해 정량 평가 결과 및 채점 기준 등 자료를 축구협회에 요청했는데 받지 못했다. 현안 질의에서는 축구협회가 평가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더불어 홍명보 감독을 최종 낙점한 이임생 이사가 축구협회 정관상 전강위와 기술발전위원장을 겸임할 수 없는데 전권을 휘두른 대목도 공정성을 의심하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이임생 이사가 감독 선임 권한을 얻으려면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선임하는데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홍명보 감독은 "내 경험을 통해 말하자면, 내게 불공정하다거나 특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장시간 대표팀 감독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다가 갑자기 수락한 배경에 대해서도 "당시는 울산 감독이었다. 공식 제안도 받지 않았기에 간다 안 간다 말하기 어려웠다. 어떠한 제안도 없었기에 관심이 없다고 한 것"이라며 "울산 감독을 하면서 팬들의 응원과 사랑을 받을 수 있어 행복했다. 축구 인생 중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 2014년이었기에 월드컵 대표팀에 들어가기보다 도망가고 싶었다. 그런데 한국 축구의 어려운 점을 외면하기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을 최종 선임한 정몽규 회장도 "협회장으로 일하는 동안 대표팀 감독을 전력강화위나 기술위 추천에 반해 뽑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절차적 조언을 한 적은 있지만 특정인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한다고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상 과정의 모든 것을 밝히고 그때그때 상세히 설명하지 못한 배경이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추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 일문일답.
Q. 현안 질의 소감은.
"다 얘기하지 못했다. 그래도 마지막에 임오경 의원이 시간을 줘서 감사하게 답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 못한 말이 더 있는지.
"울산 HD 감독으로 있으면서 2월부터 흔들리는 걸 느꼈다. 팬들이 근조 화환을 보내고 트럭 시위를 하는 걸 보면서 나도 힘들었다. 선수들 역시 감독이 언제 떠나는지 불안해 하느라 집중하지 못했다. 자꾸 내 이름이 나와서 그때는 공식 제안을 받지 못했기에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최종적으로 7월에 이임생 이사와 만났다.
내 40년 축구 인생 중에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2014년 월드컵 끝나고였다. 그런 곳에 다시 들어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망가고 싶었다. 그런데 이임생 이사의 말을 외면하지 못했다. 내가 한다고 잘하는 건 아니겠지만 10년 전보다는 경험이 생겼고, 결정을 내려야 했다. 지난 실패를 토대로 월드컵 대표팀에 기여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Q. 최종 면접 절차가 없었다는 게 공정성 결여로 불리는데.
"이임생 이사를 만났을 때 한국 축구 철학과 내 축구 철학, 대표팀 연계 방안, 내 기술 포메이션, 공격과 수비 스타일 등을 답했다. 이임생 이사도 그걸 받아 적었다. 마지막에 이임생 이사가 대표팀 부분에 대해 부탁했다고 하는데 (부탁은) 맞지 않고, 제안한 것이다. 나도 답변한 것이다."
Q. 대표팀 감독이 국회에 서는 게 초유의 일인데.
"이번 일이 아니었다면 유럽에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이번에 차출했던 선수들은 체크할 필요가 없지만 다른 몇몇은 체크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은 내가 아는 선에서 얘기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국회에서 말하는게 어렵고 어색한데 아는 선에서는 말씀 드리려고 한다."
Q. 이번 일이 대표팀 운영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은지.
"팔레스타인전을 시작으로 해서 외부에서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지다. 그런데 특별한 상황은 보지 못했다. 다른 사람에게서도 듣지 못했다. 팀의 감독으로서 이 팀을 책임지고 좋은 팀으로 성장시키는게 내 임무다."
Q.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많은데.
"내가 전강위에 있지도 있지도 않았고, 그 안에 없었기에 불공정을 말할 수도 없다. 전무를 경험했던 입장에서 과거 김판곤 위원장과 일을 했을 때도 불공정과 특혜를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10차 회의 끝나고 전강위의 역할은 다했다고 본다. 최종 후보 3인을 올렸다. 이임생 이사 역할은 순차적으로 후보들을 만나 협상하는 것이다. 과거 김판곤 위원장도 최종후보 4~5명을 올렸고, 4차였던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임됐다. 그게 전강위 역할이다. 후보 추천하고 우선 순위 를 만들어서 순차적으로 협상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양문석 의원님이 자격 여부를 물은 데 처음에는 이해를 하지 못했는데 전강위 역할은 10차에서 끝났다는 입장이다. 11차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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