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운명의 '금투세 토론회'…"조만간 당 입장 정리"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025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24일 국회에서 '정책 디베이트: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라는 주제로 공개 찬반 토론을 열었다.
금투세 시행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이익이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을 실현하기 때문에 자본시장의 합리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2025년 금투세 시행을 반대하고 '유예'를 주장하는 측은 금투세 도입 시 국내 주식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금투세 시행팀은 김영환·김성환·이강일 의원 등이, 금투세 유예팀은 김현정·이소영·이연희 의원 등이 토론 주자로 나왔다. 토론회 준비위원장인 민병덕 의원이 사회를 맡았다.
금투세를 예정대로 오는 2025년 1월 1일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행팀' 팀장 김영환 의원은 "현행 주식, 채권, 펀드 등과 관련된 과세체계가 너무나 복잡하고 후진적이기 때문에 투자결정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금투세는 이러한 세금을 단일화해서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높이는 세금 체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투세는 개인별 담세력(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에 맞게 과세하는 소득세로, 같은 투자 활동에서 발생한 소득에 일관된 세율을 적용한다"며 "지금은 도로에서 차선별로 다양한 통행료를 내고 있지만, (금투세 시행으로) 바뀌면 한 차선에 손익통산과 손실이월을 적용해 대부분 비과세로 가고 공제 한도를 넘어서는 차액만 단일로 금투세율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김영환 의원은 "금투세를 도입하면 큰손들이 떠난다고 하는데 반은 사실이 아니다. 외국인, 기관, 개인투자자 등 50억 이상 대주주는 금투세 도입 이전과 이후나 변화가 없다"며 "소액 투자자에게도 변화가 없다. 50억 미만 고액투자자를 과세체계로 끌어들이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분들은 주식 변동성을 야기하는 대상이기도 한데 금투세가 도입되면 과세로 편입되기 떄문에 시장변동성이 없어지는 효과도 있다"며 "기재부와 조세연구원은 이미 장기적으로 (금투세의 도입의) 영향이 없다고 밝혀온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다된 밥을 놓치면 그 다음에 개혁과제는 영영 요원하다"며 "우리 당 강령에 맞게, 민주당 정체성에 맞게 조세정의를 실천하는 새 체계개편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당초 2023년 1월부터 적용하기로 했지만 2022년 7월 21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통해 시행 시기를 2025년으로 늦춘 바 있다.
같은 팀 이강일 의원도 금투세 도입과 증시 하락은 관계가 없다며 "2020년 (도입 결정 당시엔) 주가가 상승했고, 유예 발표한 재작년 이후엔 오히려 하락했다. 단기적 출렁거림이 있겠지만 (금투세를 도입한 해외 나라들의 증시) 추세는 일정한 상승곡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이냐. 1400만 개미에게 어떤 정책이 소중한 거냐. 금투세법 통과한 뒤 4년 동안 2번 유예했다. 증시가 단단해졌냐"며 "금투세를 실시해서 투명한 증시 만들고 상법 개정해서 '부스트 업'을 성공시키는 게 현명한 전략"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선거도 없는 이 때 선거를 의식해서 미룬다니, 그럼 언제 하느냐"고 직격했다.
김성환 의원 역시 "한국 주식시장이 불투명한 것과 일반 주주에 대한 보호장치가 매우 부족한 부분, 이 두 가지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게 숙제"라며 "문제 해결의 한 축인 금투세를 시행하고 또 한 축이 상법개정과 같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금투세 시행 유예를 주장하는 '유예팀' 팀장인 김현정 의원은 "박스권에 갇혀 거꾸로 가고 있는 국내 증시 상황을 고려하면 당장 금투세를 도입하는 대신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부양이 먼저 필요하다"며 "올해 미국 증시는 평균 16% 상승한 반면 코스피는 15% 하락했다. 개인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증시가 거꾸로 가고 있다"며 "지난 4년 동안 미국·유럽·일본 증시는 2021년의 고점을 모두 회복하고 우상향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 증시만 고점의 3분의 1도 회복하지 못하고 지독한 박스권에 갇혀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년 전 금투세 유예 당시보다 증시 상황은 더 악화됐고 투자자 보호 제도 정비는 하나도 갖춰진 게 없다"며 "금투세 도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보다 먼저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부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현정 의원은 또 "심각한 증시 자금 유출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증시 보유액은 2019년 11조 원에서 2023년 115조 원으로 약 10배 증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투세마저 도입된다면 거래세도 없고 1년 이상의 장기 투자에 대해 세제 혜택이 있는 미국 시장으로의 이탈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소영 의원도 "조세 정의가 중요한 가치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조세 정의만큼 주식시장을 나아지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금투세 도입보다는 국내 증시 부양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연희 의원은 "종합부동산세, 공시지가 현실화 등 뼈아픈 과세 정책의 사례들이 있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과세 정책으로 우리가 얻은 결과가 무엇이었냐. 대선 패배였다. 정권을 잃었다"고 반대파를 압박했다. 이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은 국세청의 구호가 될 지는 몰라도, 국민의 자산 증식을 도와야 할 정당의 가치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연희 의원은 "민주당의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는 국민이 주식투자로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주식 시장을 양적·질적으로 성장시키는 자본시장 선진화"라고 주장하며 금투세 도입 유예를 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당장 입장을 결정하지 않고, 향후 의원총회 등을 통해 금투세에 대한 당론을 결정할 방침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금투세에 대한 입장을 정해놓고서 약정 토론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오늘 정책 디베이트를 시작으로 정책 의원총회 등을 통해서 당의 총의를 확인한 후에 최종적인 당론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토론회 이후 "우리가 논리적으로 합리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해서 그것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이끌 수 있나, 지금은 그런 시대는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과연 금투세 도입과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집단지성을 어떻게 발휘하고 있는지"라는 주장도 했다. 그러면서 "총의를 모아서 빠른 시일 내에 당론을 정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얻는 수익에 매기는 세금이다. 국내 주식과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경우 손익을 통산해 연 5000만 원을 초과한 금액, 해외주식·채권·채권형펀드·파생상품 등 그 외 자산투자엔 250만 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한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여야 합의로 마련된 금투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과세의 기본 원칙에 따라 만들어졌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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