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사단체, 갈등과 분열 조장하는 발언 멈춰야

허지윤 기자 2024. 9. 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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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희생하고 억압돼 작동되는 시스템은 바람직하지 않다.

논란이 된 발언들을 되짚으면, 국민을 무시하고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것뿐 아니라 수많은 의사의 명예를 실추하고 훼손하는 언사였다.

지속 가능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의료 서비스 수요자이자 지불자인 국민,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

지금 의료계는 1·2·3차 의료 기관과 젊은 의사들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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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희생하고 억압돼 작동되는 시스템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코 건강하지도, 지속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구덩이로 몸을 던지는 소방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군인, 아프고 병든 이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사에게 사회적 존경과 경제적 보상이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의료계가 이런 시스템을 갖추려면 정부와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수십 년간 전공의들은 이러다 죽겠다 싶을 정도로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일본의 절반 수준이라고 알려진 한국의 제왕절개 분만비 수가, 미국의 40분의 1 수준인 인공판막 삽입술 수가 등 만성적인 의료 저(低)수가 문제도 여전하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가운데 국민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은 빨간불이 켜져 있고, 의정 갈등으로 의료 현장의 교육 시스템은 빠르게 망가져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급한 환자가 받아줄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도 계속 부각되고 있고, 환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의료 개혁 논의의 중심에 서야 하는 의사들이 점점 배제되고 불리해지는 형국이다. 정부가 의료계에 대화를 거듭 촉구하면서도 의료계의 요구를 대부분 거부하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의사를 대표하는 법정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도 이런 지경을 초래했다. 국민이 정부와 의료계 모두 비판하는 이유다.

최근 의협 회장, 부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국민, 대통령, 행정관, 간호사 등을 겨냥한 도를 넘은 말과 글을 쏟아냈다. 앞서 기자들을 향해 협박성 발언을 하고 이후 비공개를 전제로 사과하고자 한다는 특이한 제안도 했다. 논란이 된 발언들을 되짚으면, 국민을 무시하고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것뿐 아니라 수많은 의사의 명예를 실추하고 훼손하는 언사였다. 만약 의료계 내부 지지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전략이 깔린 것이라면, 이는 실책이다.

의협은 의사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고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과격한 발언을 멈춰야 한다. 지속 가능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의료 서비스 수요자이자 지불자인 국민,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럴 뜻이 없다면 의협 집행부의 쇄신과 교체도 필요해 보인다. 지금 의료계는 1·2·3차 의료 기관과 젊은 의사들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정부와 의료계는 의료인들의 사명감을 살리고 환자와 의료진이 서로 믿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길을 함께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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