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소생]'매운맛 맛집' 된 더미식…'매움주의 장인라면'
1만2000스코빌…20시간 끓인 사골 넣어
묵직한 바디감…맵지만 '의외로' 먹을만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 [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직접 제품을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생긴 맵부심
하림산업이 라면 사업에 뛰어든 건 2021년이다. 벌써 4년차다. 그간 많은 제품을 내놨다. 첫 제품인 '장인라면 얼큰한 맛', '장인라면 담백한 맛'부터 비빔면과 매운 라면, 매운 비빔면 등으로 카테고리를 넓혔다. 장인라면 카테고리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짜장면과 육개장칼국수 등의 면요리도 선보였다.
초창기 장인라면의 콘셉트는 '건강한 라면'이었다. 좋은 원재료를 엄선해 만들어 '라면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소비자들의 '라면이 건강해 봐야 라면'이라는 인식을 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맛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조미료를 넣지 않은 건강한 라면은, 그만큼 'MSG맛'이 부족했다.
고전하던 하림에게 돌파구가 된 건 '매운맛'이었다. 지난해 선보인 '더미식 비빔면'은 비슷비슷한 비빔면 시장에서 '밸런스 좋은 신제품'으로 입소문을 탔다. 올해 초엔 부트졸로키아·하바네로·청양고추·베트남고추 등 4가지 고추의 매운맛을 더한 '장인라면 맵싸한 맛'을 선보였다. 이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존 매운 라면들이 캡사이신을 넣거나 매운 맛만 강화하는 등 '맵기'만 강조한 반면 사골과 소고기 육수로 바디감을 잡으면서 '맛있게 맵다'는 평가가 많았다.
올 여름엔 비빔면에도 '매운맛'을 더한 '더미식 비빔면 맵싹한 맛'을 내놨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탤런트 최화정 씨가 유튜브에서 소개하며 '최화정 비빔면'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건강한, 좋은 원재료' 콘셉트도 잃지 않았다. 이쯤되니 하림산업도 자신감이 붙었다. 라면으로 고전하던 하림산업이 3연속 '매운 라면'을 선보이게 된 이유다.
맵싸한 맛에 '맵'더하면
이번 신제품은 상반기에 호평받은 국물라면 '장인라면 맵싸한 맛'의 '맵그레이드' 버전이다. 이름부터 '매움주의 장인라면'이다. 맵싸한 맛의 스코빌 지수가 8000대였던 데 비해 이번 매움주의는 1만2000으로 50% 더 매워졌다. 기존 부트졸로키아·하바네로·청양고추·베트남고추 등 4가지 고추 양념장에 고추의 양을 늘렸다. 여기에 구운 편마늘과 페페론치노, 베트남고추를 원물 그대로 담았다.
패키지에도 시각적으로 일반적인 매운맛이 아님을 강조했다. 기존 장인라면 맵싸한 맛의 붉은 톤 대신 블랙 패키지를 채택하고 붉은 글씨로 '매움주의 장인라면'을 새겼다. 제품 이름이라기보단 경고문에 가깝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매콤한 맛이 아닌, '챌린지'용 한정판 라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패키지 중앙에는 '아주 매우니 주의하세요'라는 문구까지 더했다.
패키지를 뜯어 보면 또 한 번 경고가 나온다. 면에는 '강렬한 매운맛을 한층 더 끌어올려주는 면'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건더기와 액상소스에도 각각 '경고합니다. 페퍼론치노 통고추, 베트남 고추 건더기로 넣는 순간 아찔한 매운맛이 가득!', '주의하세요. 극한의 매운맛이 가득 담긴 국물로 굉장히 맵습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조리 전부터 '도대체 얼마나 맵길래'라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조리를 해 보면 기존 맵싸한 맛에 비해 고추 건더기의 양이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맵싸한 맛에는 페퍼론치노가 0.44%, 베트남고추가 0.1%, 하바네로가 0.042% 들어가는 데 비해 매움주의는 하바네로의 양이 0.093%로 두배 가까이, 베트남고추는 0.83%로 8배 넘게 늘었다.
장인라면 맵싸한 맛은 물론 신라면 레드, 틈새라면 등도 나름대로 맛있게 먹었던 '맵중수'쯤은 되는 몸이지만 이번 매움주의 장인라면은 걱정이 많았다. 1만 스코빌이 넘는 라면을 먹는 건 처음이기도 했고, 앞서 먹었던 더미식 비빔면 알싸한 맛이 다소 먹기 힘들 만큼 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움주의 장인라면은 말 그대로 매웠다. 한 그릇을 다 먹는 동안 얼굴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였다. 하지만, 한 그릇을 다 먹었다는 건 맛있다는 의미와 함께 '가능하다'는 의미도 담는다. 혀와 입이 따가워서 먹을 수 없는 고통이 오는 게 아니라 맵지만 넘기고 나면 부드럽게 마무리되는 매움이다. 진한 사골 육수의 영향이다. 다 먹은 후 속쓰림이 없는 것도 신기했다. 먹을 땐 힘들지만 '뒤끝'이 없다.
매움주의 장인라면은 대중을 겨냥한 라면이 아니다. 먹을 수 있는 사람보다는, 못 먹는 사람이 더 많을 라면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한정판으로 출시된, 더 매운 라면을 찾는 소비자나 챌린지용 라면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니치 라면'이다. 패키지와 마케팅 역시 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어설프게 대중과 마니아를 모두 잡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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