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3년전 합의봤다면…현대건설 현관 무사했을까?

김미리내 2024. 9. 2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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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추진됐던 '용산구-한남3·4구역' 협약
3구역도 함께 '지반고 상향' 결정할 경우
우회도로 4구역에 내고 사업지연 시 보상키로
협약내용 최근 공개되자 '조합장 책임론' 불거져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재개발 사업이 구역별로 속속 현실화하고 있는 한남뉴타운이 최근 '현대건설 사옥 차량 돌진' 이슈로 시끌벅적했습니다. 

현대건설이 한남4구역 수주 경쟁 과정에서 이미 시공권을 따낸 3구역 내 계획도로를 활용할 거란 계획이 드러난 게 원인이었죠. 현대건설은 이를 통해 공사비를 낮추겠다는 설명자료를 4구역에 배포했습니다. 한남3구역 조합과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은 이웃 구역 사업계획이 드러나자 한남3구역 조합 임원이 현대건설 본사를 찾아가 낸 사고입니다.

한남3구역 조합원들 상당수가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답니다. 3구역과 4구역의 사업진행 속도가 다른 만큼 3구역 내 계획도로를 4구역 공사 때 이용하면 자기 구역 사업 진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봐서입니다. 특히 이런 내용을 시공사가 사업 주체인 조합과 상의 없이 진행하려 했다는 점이 괘씸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런데 시공사만 문제가 아니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옵니다. 한남3구역 조합 내부에서는 조합장을 상대로 감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겁니다. 약 3년전 용산구가 나서 4구역의 우회도로 계획과 3구역에 대한 피해보상 관련 업무협의를 추진했는데요. 3구역 조합 내 논의 없이 조합장 선에서 무산됐다는 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한남3·4구역 인접 지반고 상향 추진 지역/그래픽=비즈워치

'4구역에 우회도로, 피해 시 보상' 3구역 유리했는데… 

복수의 한남3구역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월 한남3구역과 4구역 조합장, 용산구청장은 침수가 잦은 장문로사거리(보광로와 교차) 주변 지반고(지반 높이)를 상향하는 것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논의했습니다. 

당시 추진된 업무협약서에는 4구역 침수를 막기 위한 지반고 상향(18.5m)을 위해 3구역의 사업시행계획을 수정하는 내용이 담겼죠. 3구역은 이미 4구역 인접지의 지반고를 14.5m 높이는 것을 기준으로 사업시행계획을 인가 받은 상태였고요. 이를 4구역 수준과 맞춰 촉진계획과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해 재인가 하자는 거였죠. 

대신 4구역은 이후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 인가, 인접지 도로공사 착공 및 준공 시기를 3구역 조합이 요구하는 시기까지 완료하는 것을 조건으로 했습니다. 3구역 사업진행이 더 빠른 만큼 계획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한다는 거죠.

그래서 3구역 준공 1년 전 지반고를 높인 곳의 도로(보광로) 공사에 착공해 준공 3개월 전까지 공사를 완료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고요. 개별 조합의 의무 이행 비용은 각 조합이 분담하기로 했습니다.

단, 4구역의 관리처분계획인가가 계획 기간(2025년 6월 30일) 내에 진행되지 않고 지연될 경우 협약을 파기한다는 단서조항도 담겼습니다. 관련 비용을 모두 4구역이 부담하는 동시에, 3구역에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배상금까지 지급한다는 내용도 들어갔죠.

아울러 지반고 상향 공사를 위해 이번에 논란이 된 것처럼 3구역 계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4구역에 별도의 우회도로를 건설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답니다. 당시에는 4구역이 사업시행계획도 인가 받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진척이 빠른 3구역에 유리한 조건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게 조합 한 관계자 설명입니다.

한남3·4구역 인접 지반고 상향 공사와 관련해 논의됐던 우회도로 계획/그래픽=비즈워치

조합장 "당시 3·4구역 이견 커 협약 무산"

3구역 조합 한 관계자는 "당시 협약서 실행 조건은 조합 이사회 결의와 총회를 통해 효력이 발생하는 내용이었다"면서 "3구역에 유리한 조건들이 다수 포함됐음에도 이사회 등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협의가 결렬돼 현재 오히려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협의 결렬 후 2022년 2월 용산구청이 4구역의 재정비촉진계획변경안 관련 3구역에 의견 조회를 하자 조합에서 '3구역 정비일정에 지장이 없는 한 적극 협조할 수 있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냈다"면서 "조합 총회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덧붙였지만 총회를 열기도 전에 서울시 고시가 나오면서 사실상 '적극 협조'만 하고 보상은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어요.

또 다른 조합 관계자는 "이후 3구역 지반고가 4구역 계획만큼 높아지면서 3구역은 당초 계획보다 대형가구수가 줄어드는 손해가 발생했지만 이에 따른 보상이나 이익은 구체적이지 않았다"면서 "종상향을 통해 다른 형태로 보상받았다고 해도 손익을 따져봐야 한다. 조합원 재산에 영향을 주는 중요 내용을 이사회 보고나 의결, 총회 없이 조합장이 결정했다면 그 책임 역시 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창원 한남3구역 조합장은 "당시 협약 추진이 논의되기는 했지만 3구역은 지반고 상향 계획이 없었고, 4구역도 조건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협약을 맺는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3구역 지반고를 높이는 것에 조합 여론이 부정적이었고, 계획 변경으로 볼 수 있는 피해와 관련한 구체적 보상 내용도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사회에 안건을 올리기 전에 무산됐다는 거죠.

그는 이어 "향후 분쟁이 불거질 수 있지만 (협약을 맺지 않은 뒤) 이후 지반고 상향으로 손해 본 부분에 대해서는 4블록의 종상향을 통해 복구한 만큼 문제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조합원 일부 생각은 다릅니다. 한남3구역 조합 관계자는 "당시 협의안 내용이 최근에야 조합원들에게 공유됐다"며 "그 협약이 체결됐다면 이번 4구역 사업의 3구역 계획도로 이용 방안이 거론되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조합 내에서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당시 협의 내용을 조합원들이 알지 못했던 것이 '조합원 재산권'에 피해를 미칠 수 있는 사안이란 점에서 내부 감사 진행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한남3구역 조합장 임기는 11월28일까지로, 11월 말 조합장 선거가 예고돼 있기도 합니다.

한남뉴타운 3구역과 4구역 경계를 이루는 보광로 일대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3·4구역 갈등심화? 현대건설 "충실히 협의 진행 중"

정비업계 내에서는 현대건설이 4구역 수주를 위해 3구역 조합과 사전협의 없이 구역 내 도로 이용을 가정한 사업계획 설명서를 배포한 걸 두고 '수주전이 다 그런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옵니다. 조합원의 시공사 '돌진사태'는 워낙 뜻밖이었긴 해도요.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계획서에 (이웃 구역 이용을) 드러내 놓고 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수주 경쟁이 과열될 경우 건설사가 동원할 수 있는 걸 모두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일어날 수는 있는 일"이라며 "다만 차후 (한남4구역) 시공권을 따낸 뒤에도 3구역과 계획도로 이용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3·4구역 조합 간 갈등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어요.

현대건설 쪽에서는 3구역 계획도로를 4구역 공사에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3구역 조합원들에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니란 말도 나옵니다.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거죠.

우선 3·4구역 지반고 상향 공사를 연계해서 할 경우 3구역 역시 공사 지연 위험을 덜 수 있다고 합니다. 4구역 인접도로 지반고 상향이 이뤄져야 여기서 수도·하수·전기통신 등 3구역의 외부 인입공사를 할 수 있고, 그래야 3구역 공사가 마무리 될 수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는 거죠. 4구역 공사에 길을 내줘야 3구역 역시 공사 지연이 덜할 거란 얘깁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혹시 모를 공사지연을 방지하고자 인접도로 상향 공사가 완료될때까지 구역내 계획도로를 임시 우회도로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라며 "한남3구역 조합과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점에 양해를 구하고 있다. 현재 신의를 기반으로 충실히 설명하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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