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이사진, 방문진·EBS 이사장 교체 주장···“자의적 해석” 비판 이어져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EBS 이사진의 임기가 연장된 상황에서 여권 성향 이사들이 방문진 이사장 교체를 요구하고 나왔다. 현행법상 이사 임기는 연장되면서 이사장 임기만 만료됐다는 주장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문진은 24일 서울 마포구 방문진 사무실에서 이사회를 열어 ‘임시 이사장 선임 안건’을 논의했다. 안건을 제의한 여권 이사 3인(김병철·지성우·차기환)만 찬성해 해당 안건은 기각됐다. 이들은 “권태선 이사장은 집행정지 신청 인용으로 이사로서의 신분을 잠정적으로 회복했으나 이사장 신분은 임기 만료로 종료했다”며 “차기 이사회 구성될 때까지 강중묵, 김석한, 윤능호 3명의 이사가 돌아가면서 임시 이사장직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3인이 돌아가며 임시 이사장을 맡는 것이 법적 안정성과 정당성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방문진 야권 성향 이사 3인(권태선·김기중·박선아)이 제기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임명 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지난달 26일 인용되면서 방문진 12기 이사 9명 모두 이사직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이진숙 위원장의 방통위 2인 체제는 방문진 이사 9명 중 6명의 차기 이사진만 선임했다.
여권 이사들은 행정법원의 결정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권 이사장이 이사장직을 이어가는 것은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재판부의 취지에 반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가 조능희 전 MBC플러스 사장 등이 낸 같은 취지의 소송울 기각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야권 이사들은 이사장 임기에 대한 법 규정이 따로 없을뿐더러 법원 결정에 대한 해석도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강중묵 이사는 “현재 이사회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 이사장을 호선한 효력도 계속 유지되는 것”이라며 “이사장 임기가 3년이라고 딱 정해져 있지도 않다”고 했다. 박선아 이사는 “행정법원의 두 결정은 신청인의 지위가 달라서 결정이 달랐던 것이지, 내용은 모순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20일 열린 EBS 이사회에도 ‘이사장 임기 만료에 따른 이사장 선임’ 안건이 올라왔으나 야권 이사들의 불참으로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여권 이사 4인(강규형·류영효·신동호·이준용)은 “임기가 연장된 현재의 이사회는 새로운 이사회이기 때문에 이사장도 새로 선임해야 한다”고 했다. EBS 8기 이사회의 임기는 지난 14일까지였으나, EBS 정관에 따라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현 이사진의 임기가 연장된 상태다. 이 위원장의 직무 정지 후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만 남은 방통위에선 차기 EBS 이사진 선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야권 이사 5인(유시춘·김선남·문종대·박태경·조호연)은 지난 21일 입장을 내고 “이사들의 임기는 연장됐지만 이사들이 호선한 이사장 임기는 만료됐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면서 “관련 법 규정 어느 곳에도 이사장의 임기란 용어는 없다. 여권 이사들은 없는 용어를 창조해 유시춘 이사장을 끌어내리려 한다”고 했다.
이희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이사회 전체가 후임 임명 전까지 임기가 연장됐는데 이사장만 임시로 선임해야 하는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특히 방문진의 경우 집행정지 결정문에서 후임 이사 선임 과정의 절차적 위법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결정의 취지를 살리려면 신규 이사 선임 전까지는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media/article/202408261748001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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