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유예냐 시행이냐...키 쥔 민주당 갑론을박
금투세 도입시 '증시 이탈 가속' vs '영향 없다'
'소액주주 보호 먼저' vs '금투세와 동시 추진'
더불어민주당이 24일 내년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관한 당의 공식 입장을 정하기 위해 논의에 나섰다. 이날 정책 토론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금투세 시행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은 갈렸다.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금투세 제도 도입 필요성엔 공감하나, 경기 불항 속 도입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소액주주 보호 등 자본시장 선진화 장치가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예정대로 내년 초 시행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금투세 도입이 증시를 압박하는 영향이 적다고 봤다. 아울러 차명계좌를 통한 불법거래를 방지할 수 있어 주가조작 예방 효과가 있어 긍정적인 면이 크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금투세 당론 결정 임박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20차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총회는 금투세 시행을 주제로 한 정책 토론회를 겸하는 자리였다. 당초 10시30분에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방청을 거부당한 한국주식투자자연합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소동이 빚어졌다. 이에 개최 시간이 5분가량 지연됐다.
이날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는 쪽(이하 유예팀)에서는 김현정·이소영·이연희 의원이,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쪽(이하 시행팀)에서는 김영환·김성환·이강일 의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금투세는 수학 공식처럼 어느 한 쪽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옳고 그르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금융정책, 조세 정책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좋지않은 상황에서 꼭 금투세를 시행해야 하냐는 개인투자자들의 지적이 있다"며 "의원들도 항의문자에 많이 시달리고 있는 걸로 알기에 정책 토론을 마련했다"고 했다.
당초 민주당은 금투세를 예정대로 2025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국내 증시 하락과 맞물려 금투세 도입 반대 여론이 커지자 최근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당내에서 '시행 시기 유예'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당 총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금투세 관련 당론을 확정할 방침이다. 금투세 도입하면 '증시 이탈 가속' vs '영향 없다'
유예팀과 시행팀은 금투세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맞섰다.
기조발언에 나선 유예팀 김현정 의원은 금투세 도입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자금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개인투자자의 미국증시 보유액이 2019년 11조원에서 24년 110조원으로 10배 가량 증가했다"며 "금투세마저 도입하면 1년이상 장기투자하는 세제혜택이 있는 선진시장인 미국시장으로의 이탈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영 의원은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3.0%이고 증시 수익률이 3.3%인데 어디에 투자하겠나"라며 "지금은 세금 매력이 있으니 주식에 투자할 수 있지만, 세금이 도입되면 (투자금이) 빠져나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연평균 5000만원 버는 1%에 세금을 걷겠다고 생각할게 아니라 1% 비율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는게 민주당의 자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의원은 "금투세 도입 후 주가가 오른 사례로 100년 미국 사례까지 제시되고 있다"며 "당시는 모바일 투자는 커녕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핸드폰을 몇 번만 만지면 대체시장 투자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증시 자금 유출이 과거보다 훨씬 더 용이해졌는데 과연 오늘날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들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시행팀에서는 우려와 달리 증시 자금 이탈 부작용은 없을 거라고 반론했다. 김영환 의원은 "금투세가 도입되면 큰손들이 떠난다고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외국인 투자자, 기관투자자, 50억원 이상 갖고있는 대주주는 금투세 도입 이후 바뀌는 게 없다"고 밝혔다.
김성환 의원은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도 유예하면 더 교란이 커진다고 한다"라며 "제도를 시행하면 불안정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서학개미로 빠져나갔던 개인들도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며 "금투세로 주가가 폭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액주주 보호 장치 먼저' vs '금투세와 동시에 추진'
양측은 소액주주 보호 등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과의 선후 관계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을 벌였다.
유예팀은 소액주주 보호 등 자본시장 선진화 제도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정 의원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두산밥캣-로보틱스 간의 합병 사례에서 보듯이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 주는 방식으로 편법적인 지배구조 개편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결국 자본시장 선진화의 핵심은 지배구조 개선과 개인투자자 보호"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조세정의 및 세수확대와 지독한 박스권에 갇혀 있는 증시를 부양하는 것 중 과연 어떤 정책적 목표가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냐"며 "단연코 증시 부양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영 의원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를 포함해서 모든 국제 평가기관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은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라며 "상법 개정을 한다고 바로 증시가 좋아지진 않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것들을 확인하고 나서 신뢰와 확신을 주고 나서 세금을 도입하면 수용성이 훨씬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행 팀은 금투세 도입 자체가 시급한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라고 주장했다. 김영환 의원은 "간접세(거래세)는 이익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과세하는 세책이고, 지난해 75%를 개인들이 부담했다"면서 "외국인투자자는 본국에서 세금을 내고 또 거래세 부담까지 이중과세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금투세를 도입하면 거래 비용을 낮추고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매력도를 높이도록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한 "(현 세금 체계에선) 상품 간 서로 다른 과세 체계를 통해서 같은 상품인데도 과세 체계가 다르다"라며 "(금투세가 도입되면) 거래행위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성환 의원은 "일반주주의 보호장치가 부족한게 사실이고 이것을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선후의 문제는 아니고,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투세를 도입한 국가들의) 과세형평성이 개선되고 충분히 시장이 예측가능하도록 바뀌었다"고 말했다.
금투세 도입시 주가조작 방지 효과에 대해서도 양측은 엇갈린 업장을 내놨다.
시행팀의 김영환 의원은 "금투세를 도입하면 거래정보가 국세청에 들어가게 돼 차명·위탁계좌의 부정 거래 방지 효과도 있다"며 "시장에 대한 신뢰와 예측 가능성도 높여서 투명성을 업그레이드하는 세제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환 의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언급하며 "91명의 차명계좌가 동원됐다"며 "만일 금투세가 도입되면 차명계좌로 거래하는게 불가능해진다"라고 말했다.
반면, 유예팀의 이연희 의원은 "금투세가 주가조작 방지세라고 한다는 건 논리적 비약"이라며 "모든 거래정보는 거래소와 예탁원에 있으니 이상거래 징후가 발견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해 관리하면 된다"라고 반박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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