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LS, 과로 유발 요인 거듭 지적받은 ‘배송구역 회수제도’ 손질할까

김지환 기자 2024. 9. 2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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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CLS 측이 지난 2월8일 쿠팡 퀵플렉서로 일했던 정슬기씨(41)에게 빠른 배송을 종용하는 정황이 담긴 문자 메시지. 전국택배노조 제공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택배사업자 등록 갱신 심사를 앞두고 택배기사 과로 유발 요인으로 지목돼온 배송구역 회수제도(클렌징)를 개선할지 관심이 쏠린다. 쿠팡CLS와 택배대리점 간 위·수탁 계약서에 포함된 클렌징 조항은 공정거래위원회 시정 요청 뒤 일부 수정이 됐지만 국토교통부가 최근 또다시 개선 권고를 했기 때문이다. 클렌징은 대리점이 배송수행률, 회수율 등 목표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쿠팡CLS가 배송구역을 회수하거나 물량을 조절하는 제도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이 24일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국토부는 이달 중 쿠팡CLS가 앞으로 사용할 위·수탁 계약서를 제출받아 택배사업자 등록 갱신 심사를 연말까지 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에 따라 매년 택배사업자 등록 심사를 하며 이 과정에서 계약서의 적정성을 검토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쿠팡CLS가 택배사업장 심사자료 제출 기한인 지난달 말엔 기존 위·수탁계약서를 냈는데 조만간 수정된 계약서를 다시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국택배노조와 시민사회는 그간 지속적으로 클렌징이 택배기사 과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문제제기를 해왔다. 이후 정부 부처에서도 클렌징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잇달아 나왔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클렌징 조항이 부당특약’이라는 대리점 신고를 접수하고 심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쿠팡CLS가 ‘서비스 수준 미충족’을 즉시 계약해지 사유로 규정한 것은 표준계약서에 비해 계약해지 사유를 과도하게 넓게 정한 것이어서 하도급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표준계약서는 파산·자격취소 등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명백한 경우에만 즉시 계약해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쿠팡CLS는 공정위 시정 요청 이후인 지난 1월 즉시 계약해지 내용을 삭제하고 배송구역(노선) 회수 전 시정기회를 주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바꿨다. 공정위는 쿠팡CLS가 계약서를 개정했다는 점을 감안해 지난 6월 ‘경고’ 조치로 이 사건을 마무리했다. 다만 공정위는 쿠팡CLS가 과도한 목표치를 설정했다는 신고 내용에 대해선 판단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결정했다.

국토부는 계약서 개정 뒤에도 쿠팡 물품을 배송하는 택배기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지난달 쿠팡CLS에 클렌징 조항 및 종사자 근로여건 개선 등을 권고했다. 지난 5월 숨진 택배기사 정슬기씨(41)가 빠른 배송을 종용하는 쿠팡CLS 직원에게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염 의원은 “올해 초 위·수탁 계약서가 일부 수정됐지만 쿠팡CLS가 대리점에 요구하는 목표치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만큼 국정감사에서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며 “국토부는 등록 심사 시 클렌징 조항이 택배기사 과로로 이어지지 않도록 개선됐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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