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까지 금투세 유예" vs "증세 아냐"...민주당 143분 불꽃 토론
이날 토론에 앞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금투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무적으로 결정해야 할 부분도 있고 조세 정의의 측면도 있고, 경제적 이해관계들도 맞물려 있다"며 "이 문제가 어느 한쪽의 의견이 절대 옳고 다른쪽은 그르다 할 수 없다. 오늘 나온 의견을 토대로 조만간 우리 당의 입장을 하나로 모아가겠다"고 밝혔다.
정책 디베이트 준비위원장을 맡은 민병덕 의원은 "정책 디베이트의 목표는 청중과 시청자들에게 이 사안의 쟁점을 공유하고 어떻게 결정하는 게 좋을지 그 판단의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설득의 대상은 상대 팀이 아니라 청중과 시청자"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8월 앞으로도 사회적 관심이 크고 이견이 있는 정책들에 대해 이같은 디베이트를 거치겠다고 밝혔었고 첫 번째 주제로 금투세를 다루기로 했다.
토론회 초반 기조발언에 나선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저는 공직을 맡기 전 약 30년 간 금융회사에서 근무한 직장인이었다"며 "월급을 아껴 주식에 투자하고 증시 상승에 대한 희망을 갖고 살았던 평범한 개미투자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왜 금투세 시행을 유예해야 하는지 말씀드리려 한다"고 했다.
이어 "2019년 600만명이던 개인투자자는 4년 만에 1400만명대로 폭증했고 상당수가 청년 세대"라며 "이들은 증시를 계층 이동 사다리로 본다. 조세정의와 세수확대, 증시 부양 중 무엇이 우선돼야 한다고 보시나. 저희 유예팀은 증시부양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금투세 논란은 접어두고 자본시장 밸류업에 집중하자"고 했다.
반면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금투세는 기본적으로 실제 투자자가 실현하는 이익에 기반해 개인별로 과세하는 소득세"라며 "조세 중립성을 확보하고 자본시장 형평성을 제고하는 세제 개편이다. 조세의 리뉴얼(개편)이지 증세 목적의 새로운 세금이 아니란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세제는) 금융투자이익 관련 손실 이월제도가 안돼 있다. 주식 등 투자시에 직전 연도에 손실이 나고 올해 이익이 발생하면 과세하는 문제도 있다"며 "금투세는 손익 통산을 허용해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하는 원칙을 갖는 세제 개편이다. 현행 세제는 너무 복잡하고 후진적인, 누더기 과세"라며 "금투세는 이것을 단일화해 자본시장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은 금투세 도입시 시장에 악영향을 줄지, 도입 전 자본시장 선진화가 우선돼야 할지, 금투세 도입이 시장 투명화로 이어질지 등 크게 세 논점을 중심으로 주장, 반박, 재반박이 이어지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일본과 인도 증시의 예를 들며 우리나라가 담세 체력을 갖추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이소영 의원은 "일본 역대 최고의 호황기는 1989년 12월이다. 그 직전인 4월쯤 양도(소득)세가 도입됐고 다시는 증시 회복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이후 증시를 20% 이상 부양시켰다. 그 이후에 세금 부과 대상을 대폭 넓혔는데 이미 증시가 부양돼 있었기 때문에 주식 투자자들이 신뢰를 갖고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평균 수익률 기준 미국 나스닥은 14.4%인데 비해 우리 코스피는 3.3%"라며 "국고채 금리가 얼마인지 아는가. 최근 3%대다. 수익률이 3.3%인 시장에 개선도 없이 무슨 세금을 도입하는가. 금투세 도입시 (금융투자수익이 5000만원을 넘겨 과세할) 투자자가 왜 1%밖에 안되는지, 이걸 5%, 8%로 높여나갈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민주당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성환 의원은 "한국 증시 체력이 왜 약하고 저평가 돼있을지를 보면 한국 주식시장이 매우 불투명하고 불합리하기 때문"이라며 "일반 주주에 대한 여러 보호장치가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이 두 가지를 함께 해결하는 게 숙제다. 한 축은 금투세를 시행해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한 축은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게 숙제다. 이게 선후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대부분의 나라가 이미 금투세를 도입하고 있는데 우리가 금투세를 도입한다고, 금투세를 이미 도입 중인 다른 나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건 말이 안맞지 않나"라며 "(금투세 도입으로 우리 시장이 투명해지면) 한국 대형주에만 투자하는 해외 자본이 국내 다른 건강한 중소형주에도 투자할 것이고 한국 주식시장이 불공정하단 이유로 해외에 나가있는 개미들도 국내로 돌아올 것이다. 따라서 금투세를 도입한다고 주가가 폭락할 것이란 건 과도한 예측"이라고 했다.
금투세 도입이 주가조작 세력 난립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금투세 도입시 거래정보 등이 국세청에 통보된다. 따라서 차명, 위탁계좌, 부정 거래의 방지 효과도 있다"며 "금투세는 시장에 대한 신뢰와 예측가능성을 높여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세제개편인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주가조작 감시체계가 부족하면 금융감독원의 감시제도를 강화하는 방법 등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나"라며 "금투세를 도입하는 건 원인과 해법이 다른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반박했다.
이연희 민주당 의원도 "금투세가 주가조작 방지세라 말씀하시는 데 이건 논리비약이 과하신 것 같다"며 "주가조작의 문제는 금투세 찬반과 전혀 무관한 논점이라 생각한다. 모든 거래 자료는 이미 거래소와 예탁결제원에 있다. (주가조작이 의심되면) '이상 관리종목'으로 지정해 감시하면 된다"고 했다.
이연희 의원은 또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은 국세청 구호가 될지 몰라도 국민 자산증식을 도와야 할 정당의 가치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동의와 공감대 없는 세금은 어떤 정당성을 부여해도 민심 설득을 못한다. 주가(코스피지수)가 4000~5000선을 돌파할 때까지 금투세는 유예해야 한다"고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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