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자동차 갈등? 알고보면 적대적 공생…고래 싸움에 등 터진다

권재현 기자 2024. 9. 2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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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현대차·기아 AVP 본부장 사장(왼쪽)이 지난 4월 27일 중국 베이징 요세미티 호텔에서 왕윈펑 바이두 IDG 총괄·바이두그룹 부총재와 중국 커넥티드카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커넥티드카 규제로 다시 한번 확인된 미·중 갈등의 불똥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로 옮겨붙고 있다. 서로 으르렁대는 듯하지만 자국 산업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양국이 알고 보면 ‘적대적 공생’ 관계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양국의 협공 사이에 끼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연간 판매량 ‘톱3’(도요타, 폭스바겐, 현대차·기아) 업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폭스바겐 등 유럽 브랜드는 공장 폐쇄, 인력 감축, 중국과의 합작 법인 축소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시사매체 슈피겔은 경영난에 빠진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이 지난해 폐지한 전기차 보조금을 복구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지난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요타를 필두로 한 일본 자동차 업계도 합종연횡이 일어나는 등 사실상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최근 독일 BMW와 수소연료전지차(FCV) 동맹을 맺은 도요타자동차그룹에 맞서 혼다-닛산-미쓰비시가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을 위한 연합 전선을 구축하면서 일본 시장은 스즈키-스바루-마쓰다가 가세한 도요타 연합과 혼다-닛산-미쓰비시 진영 간 대결 구도로 재편된 상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4일 발간한 ‘일본 완성차 업계의 협력관계 변화’ 보고서에서 “과거 일본 완성차 업계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확대 전략을 전개하며 성과를 창출한 바 있으나, 최근 수년간은 미래차 트렌드 대응 지연 등의 원인으로 점유율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중국은 ‘가성비’를 무기로 사실상 진출이 봉쇄된 미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 공략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에선 테슬라가 커넥티드카 분야의 선두주자다. 테슬라는 올해 3분기(7∼9월) 전기차 인도량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월가에서 나오면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테슬라는 다음달 10일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로보(무인)택시 사업 계획 공개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카, 자율주행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미국과 중국이 기술 패권 경쟁에 속도를 내면 낼수록 둘 사이에 끼어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집중력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후발주자들로선 추격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종전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완성차 업체 간 전면 제휴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도요타, BMW 등에 이어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괄적 동맹 구축 사실을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이 중국 자동차 제재 강도를 높일수록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업체들보다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며 “폭스바겐이나 도요타 등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들도 이런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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