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상 배달앱 탓이라면서… bhc, BBQ 이상한 '배달앱 홍보전'

이지원 기자 2024. 9. 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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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BBQ치킨과 bhc의 표리부동
배달앱 중개수수료 10% 육박
수익성 악화에 가맹점주 ‘위기’
너나없이 자체 앱 출시했지만
배달앱 연계 프로모션 빈번
bhc, 추석 때 배달앱 홍보만
BBQ, 별 효과 없는 자사앱 광고
자체 앱 활성화할 의지 있나

# "배달앱 중개수수료 등으로 점주의 수익성이 악화해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가격을 인상할 때마다 꺼내는 단골 멘트다. "자체 앱 매출을 활성화하겠다."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가맹점주와 만날 때마다 내놓는 '상생 전략'이다.

# 추석 이후에도 이 문제는 공론의 장에 올랐다. 지난 19일 가맹점주와 정기 간담회를 진행한 bhc는 "과도한 배달앱 수수료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면서 "가맹점주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배달앱'을 치킨 가격 상승의 주범이자 점주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원흉으로 꼬집은 셈인데, 그렇다면 이들 치킨 브랜드들은 '배달앱' 활성화를 지향하고 있을까.

#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bhc든 BBQ치킨이든 치킨 브랜드들은 배달앱 프로모션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추석이 끝난 직후 배달앱을 저격한 bhc가 정작 추석 때 '배달앱 연계 프로모션'만 펼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더스쿠프가 bhc와 BBQ치킨의 표리부동 경영학을 꼬집었다.

자체 앱을 활성화하겠다던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배달앱과 쿠폰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황금올리브가 1만3000원? 배민 첫 주문 1만원 쿠폰" "배민클럽은 더 크게 할인 bhc 총 1만원 쿠폰팩"…. 치킨 광고일까 배달앱 광고일까. 이 아리송한 문구는 포털사이트(모바일 버전)에서 국내시장 1·2위를 다투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 'BBQ치킨(제너시스BBQ)'과 'bhc(비에치씨)'를 검색하면 접할 수 있다.

검색 결과 화면의 가장 상단에 치킨 사진, 브랜드명과 함께 떠있다. '터치'를 하면 치킨 브랜드 홈페이지로 연결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배달앱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으로 연결된다.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배민이 함께 진행하는 이벤트 광고라서다.

이 광고를 따라 배민앱에 들어가면 BBQ치킨이나 bhc를 주문할 경우 첫 주문 고객에 한해 1만원 쿠폰(이하 9월 기준)을 지급한다. 첫 주문 고객이 아니어도 각종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BBQ치킨은 1만6000원 이상 주문 시 사용할 수 있는 3000~4000원 쿠폰을, bhc는 1만8000원 이상 주문 시 사용 가능한 3000원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BBQ치킨의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의 정가는 2만3000원이지만, 배민에서 쿠폰(4000원)을 사용하면 1만9000원으로 가격이 낮아진다. 이런 쏠쏠한 혜택이 있으니 소비자로선 치킨을 주문할 때 배달앱을 켤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선 '단순한 프로모션'일 뿐이지만, 이 지점에선 한가지 짚어볼 게 있다.

배달앱의 높은 중개수수료와 배달비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이다. 특히 지난 8월부터 배민이 중개수수료(배민배달 기준)를 기존 6.8%에서 9.8%로 인상하면서 부담이 더 커졌다.

수수료율이 가장 낮았던 배민마저 중개수수료를 인상하면서 배달앱 3사(배민·쿠팡이츠·요기요)가 모두 9%대 중개수수료를 받고 있다. 가령,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판매할 경우, 점주는 중개수수료 2000원, 거리당 배달비 1900~2900원(배민 기준), 프로모션 부담금 2000원가량과 카드결제 수수료 3.3%를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서 원재룟값, 임대료, 인건비, 공과금까지 제하고 나서야 점주의 수익이 측정된다. "남는 게 없다"는 점주들의 곡소리는 볼멘소리가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문을 닫는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수없이 많다. 공정위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폐점률은 14.2%(이하 2022년 기준)로 커피(9.2%), 제과·제빵(9.8%), 피자(12.3%)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런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배달앱 시장이 급성장한 2019년 이후 점주들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전체 주문 중 배달앱 주문 비중이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했는지 당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줄줄이 자체 앱을 론칭했다.

취지는 "중개수수료 부담이 없는 자체 앱을 활성화해 점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거였다. 2020년 자체 앱을 한차례 리뉴얼한 BBQ치킨은 "자체 앱으로 주문할 경우 배달앱이나 다른 주문 수단에 비해 월등이 낮은 수수료로 가맹점에 큰 도움을 준다"고 홍보한 바 있다.

아이러니한 건 그 이후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행보다. 자체 앱을 활성화해야 할 가맹본부가 되레 배달앱으로 소비자를 유입하는 프로모션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앞서 언급한 배민과의 프로모션이 대표적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 A씨는 "거의 상시적으로 배달앱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으니 프로모션 비용이 만만치 않다"면서 "당연히 쿠폰을 뿌리는 배달앱으로 소비자가 몰릴 수밖에 없고, 자체 앱으론 주문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BBQ치킨과 bhc의 행보는 '이중적'이기도 하다. 두 브랜드의 가맹본부들은 치킨 가격을 인상할 때마다 '배달앱 중개수수료 등으로 인한 점주들의 부담이 커진 것'을 주요 요인으로 꼽아왔다. 소비자들에겐 '배달앱 탓에 어려움을 겪는 점주'를 핑계 삼아 가격을 올리면서도 정작 배달앱과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건 '표리부동'의 전형적 행보다.

물론 이미 수많은 소비자가 이용하는 배달앱을 견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배달앱 3사의 시장점유율이 90%를 훌쩍 넘는 데다, 이용 편의성 면에서도 훨씬 앞서 있기 때문이다. 가맹본부가 자체 앱을 키우기가 쉽지 않은 환경인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가맹본부가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자체 앱의 성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자체 앱을 활성화하는 데 비교적 적극적이었던 교촌치킨은 BBQ치킨이나 bhc 대비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일례로 교촌치킨은 9월 배민과 컬래버를 꾀하는 대신 7월 18일부터 9월 12일까지 신메뉴 '교촌옥수수'를 자체 앱에서 주문한 고객에게 4000원 할인 쿠폰을 제공했다. 이 때문인지 교촌치킨은 지난 8월 식음료 앱 신규 설치 순위 8위(에이지아이웍스 모바일인덱스)를 차지했다.

추석 직전에 한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치킨 프랜차이즈 BBQ치킨과 bhc의 배달앱 연계 광고.[사진=더스쿠프 포토, 뉴시스]

관련 순위에서 10위권 안에 든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교촌치킨이 유일했다.[※참고: 물론 BBQ치킨도 자체 앱에서 주문할 경우 황금올리브 치킨 반마리를 추가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9월 30일까지)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동시에 배달앱에서 3000~4000원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있으니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bhc는 9월 말부터 자체앱에서 주문 시 3000원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했지만, 정작 '추석 대목' 땐 배달앱에 의존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B씨는 이렇게 토로했다. "가맹본부는 점주의 수익성이 어떻든 아랑곳없는 듯하다. 가맹본부야 배달앱이든 자체 앱이든 주문이 들어오고, 매출이 늘면 상관없기 때문 아니겠나. 벼랑 끝에 몰린 점주가 폐업하면 가맹본부는 또다른 점주를 찾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배달 플랫폼 불공정 이슈와 입법적 해결 방안' 세미나에서 임영균 광운대(경영학)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주체가 돼 배달 플랫폼과 협상해 왔다. 반면 한국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은 배달앱으로 인해 가맹점주들이 겪는 문제를 방기해 왔다. 제도적 보완뿐만 아니라 가맹본부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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