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준비율·금리 동시에 낮춘 중국…경제 부양 효과는 ‘미지수’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이 24일(현지시각) 베이징의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침체에 빠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은행의 지급준비율(지준율)과 금리를 동시에 내리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판궁성 인민은행장은 24일(현지시각) 베이징의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곧 은행의 지준율을 0.5% 포인트 낮추겠다”며 “이 조처로 시장에 최대 1조위안(190조원)의 유동성이 풀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판 은행장은 “올해 말 시장의 유동성 상황에 따라 지준율을 0.25~0.5% 포인트 더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준율은 금융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중에서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자금의 비율을 뜻하며, 지준율을 낮추면 그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출 여력이 더 커진다.

중국은 경기 침체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불거지자 2022년 4월과 12월, 작년 3월과 9월 네 차례에 걸쳐 지준율을 0.25%포인트씩 내렸고, 올해 2월 5일에는 0.5%포인트 더 낮췄다. 현재 중국 금융권의 가중 평균 지준율은 약 6.9% 수준이다.

판 은행장은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도 현재 1.7%에서 1.5%로 0.2%포인트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이번 조치로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가 3%포인트 낮아지고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도 0.2∼0.25%포인트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조처로 중국의 은행 지준율은 적어도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또 중국 인민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위해 지준율과 역환매조건부채권을 동시에 낮춘 것도 적어도 최근 10년 사이에는 없던 일로 매우 드문 사례라고 지적했다. 통신은 그만큼 중국 당국이 현재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 상황에 대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이번 조처로 얼어붙은 중국 경제에 얼마나 온기가 돌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영국의 금융 컨설팅업체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분석가 줄리언 에반스 프리차드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장 중요한 중국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이라면서도 “그렇지만 그 자체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네틱시스 증권의 선임 경제가 게리 응은 “조처가 조금 늦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며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선 더 낮은 금리 환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수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국내소비 둔화 등으로 성장세가 1분기 5.3%에 이어 2분기 4.7%로 꺾이면서, 목표치 달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