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진, 고려아연에 유해폐기물 80만톤 떠넘기려 해"

장우진 2024. 9. 2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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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간담회서 분쟁 배경 공개
4~5년전 요구 최윤범회장 반대
국가 산업 핵심기술 유출 주장
영풍 "근거·현실성 없는 억측"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열린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전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장형진 영풍 고문은 석포제련소의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겨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했다. 최윤범 회장이 이를 막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은 24일 서울 종로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영풍간 분쟁 배경에 대해 "4~5년 전으로 돌아간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부회장은 "석포제련소에 산업 폐기물이 있는데 70만~80만톤정도로 추산된다. 굉장히 많은 양"이라며 "장 고문은 이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통해 해결하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의 공장 폐기물을 우리 공장이 받아 온산제련소를 영풍제련소의 폐기물 처리 공장으로 할 수가 없었다. 이는 국가적 재앙이고 범죄 행위"라며 "이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지만 최 회장이 '그래도 동업하고 있고, 창업자 2세시다'라며 막았다. 최 회장은 그런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영풍은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로 박영민·배상윤 대표가 모두 구속됐으며,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9년 특별 점검에서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으로 60일 조업 정지를 받았다. 영풍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했고 현재 상고가 진행 중이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에서 40년을 근무한 '고려아연맨'으로, 최 회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이다. 그는 1985년 온산제련소 공채로 입사해 현장에서 27년 근무했으며, 사원부터 제련소장까지 지냈다. 이후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후 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장 고문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과거 고려아연 사장 시절에 장 고문이 부탁했던 것을 거부한 적이 있다"며 "장 고문이 부르더니 '너는 정치할 줄을 모른다', '감히 내 말을 거역해?', '너 내가 자를 수 있어'라고 말한 분"이라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사람을 가족처럼 대한다. 영풍·MBK가 경영하면 우리 기술자들은 다 그만두겠다"며 "영풍은 국내 기간산업 핵심 기술을 팔아넘기려 한다. 기술안보를 지키기 위해 (영풍·MBK에)안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회장은 반대로 최 회장에 대해서는 기술과 경영 능력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 회장은 미국서 변호사를 지낸 후 한국으로 와 온산제련소에서 저와 같이 1년간 현장 실습을 받았다"며 "당시 웬만한 기술을 다 마스터했는데 굉장히 스마트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후 호주 SMC 제련소 사장으로 취임한 후 만년 적자 공장을 흑자전환 시킨 후 고려아연에 컴백해 회장직에 올랐다"며 "기술과 전문경영을 다 갖춘 인물이다. 최 회장 때문에 관계가 틀어졌다는 장 고문의 생각에 동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 경영권이 영풍·MBK로 넘어갈 경우 고려아연 경쟁력이 급속도로 약화하고, 핵심 기술은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려아연은 10년간 평균 영업이익률 12.8%, 영풍은 -1%다. 양사가 원료도 공동구매하고 영업도 공동판매했지만 경영자와 기술력만 달랐다"며 "영풍이 버틴 것은 고려아연에서 700억원, 1000억원씩 배당을 받아 회사를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투자 회사들이 돈만 놓고 보면 고려아연에서 팔아먹을 기술이 엄청 많다. 공정마다 수백개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면 되고, 어떤 것은 몇천억원짜리도 있다 보면 된다"며 "모든 비철금속 생산을 중국이 바란다. 누구한테 팔아먹겠느냐. 중국 자본 아니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 부회장은 기자회견문 낭독 중 강한 어조로 "장형진, 당신은 부끄럽지도 않은가. 석포제련소 경영 실패로 국민들께 빚을 지고 있으면서 이제와 기업사냥꾼인 투기자본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고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 측이 마치 자신들이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신성장 사업들을 모두 중단할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MBK는 이날 자료를 내고 "이익에만 집중해, 제품 품질을 저하시킬 것처럼 매도하고, 협력업체들과의 관계도 중단될 것으로 넘겨짚고 있다"며 "핵심 기술이 유출되고, 심지어 인수 후에는 중국에 매각될 것 같이 말하고 있다. 근거없는 억측이고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을 통해 특정 주주가 아닌 고려아연의 모든 주주들의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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