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최대 산지 해남, 25% 폭우·폭염 피해…‘금배추’ 김장까지 이어지나
정부 수입 방침에 농민들 “생산기반 붕괴” 우려
배추 주요산지 중 한 곳인 전남 해남의 배추밭이 지난 주말 내린 폭우로 상당한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해남은 김장용 가을배추와 겨울배추의 최대 산지다. 배추 한 포기 소매가격이 2만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금배추’가 김장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해남군에 따르면 화원면과 황산면, 산이면 일대 배추밭 611㏊가 지난 주말 내린 폭우로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올가을 해남 전체 배추재배 면적(4299㏊)의 14%에 이른다.
해남에는 지난 21일 시간당 100㎜ 안팎의 극한 호우가 내렸다. 하룻동안 최대 328.5㎜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배추밭에는 폭우가 휩쓸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어른 손바닥 크기로 자란 배추들은 토사에 덮여 쓰러졌다. 이랑을 덮은 비닐이 벗겨진 곳도 많았다. 급류에 쓸려 온 돌이나 플라스틱병 등도 배추와 함께 밭에 나뒹굴었다.
해남에서는 폭우가 내리기 직전인 9월 중순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8월 말과 이달 초 밭에 옮겨심은 배추 모종의 10% 정도가 이미 고사하는 피해도 입었다.
이날부터 배추 피해에 대한 정밀조사가 시작된 만큼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게다가 올해는 배추가격 안정을 위한 작목전환 사업을 통해 평년 보다 재배면적이 314㏊ 줄어든 상황이다.
김효수 전국배추생산자협회 회장(68)은 “올해 배추 농사는 가뭄에 말라 죽고, 폭우에 휩쓸리는 등 그야말로 ‘이중고’다”면서 “해남 재배면적의 25% 정도가 폭염과 폭우로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해남군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배추 주산지다. 11월부터 출하되는 김장용 가을배추는 전국 재배면적의 18%, 12월부터 나오는 겨울배추는 63%를 차지한다. 해남의 배추 생산량이 급감하면 김장철 배추 수급에도 영향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해남군 관계자는 “망가진 배추밭에 다시 모종을 심기에는 시기가 늦었다”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김장철 배추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배추 수급 안정을 위해 수입 방침을 발표하면서 농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수입 배추가 시장에 풀리면 배추 가격이 내려가 폭염과 폭우로 이미 피해를 본 농가들이 또다시 큰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정부가 수입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배추 수급 상황을 해결하려 한다”면서 “농민들이 이미 피해를 본 상황인데 가격이 내려가면 밭을 갈아엎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생산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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