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매도 리포트’ 압력 막겠다며 설치한 금감원 신고센터 민원 ‘0’

이주빈 기자 2024. 9. 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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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업무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설치한 신고센터에 7년 넘게 단 한 건의 민원도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이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불합리한 리서치 관행 신고센터'가 개관한 2017년 5월부터 관련 민원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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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홍보관 모습. 연합뉴스

리서치 업무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설치한 신고센터에 7년 넘게 단 한 건의 민원도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 의견 일색의 ‘장밋빛 전망’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4일 이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불합리한 리서치 관행 신고센터’가 개관한 2017년 5월부터 관련 민원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이 센터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조사분석보고서 작성과 관련해 재산상 이익 등을 제공하거나, 애널리스트에게 회유·협박 등을 통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행 등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애널리스트들이 주요 법인에 부정적인 의견을 낼 경우, 기업설명회에 초대받지 못하는 등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받는다고 호소해 왔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센터를 이용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ㄱ씨는 “매도 리포트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인 탓에 신고를 넣으면 누구인지 특정될 수 있다”며 “신고한다고 해도 무슨 이점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고센터 신고를 접수할 경우, 금감원은 갈등조정위원회를 열어 조정 사항을 공시할 수 있다. 다만 부당한 압력을 가한 기업을 제재할 수단은 없다. 애널리스트 ㄴ씨는 “이런 상황이라 애널리스트들은 겉을 보면 ‘매수’ 의견이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매도’에 가까운 리포트를 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는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를 보면, 국내 증권사 30곳 가운데 지난 6월 말 기준 1년간 전체 리포트 가운데 매도 리포트 비율이 1%를 넘는 곳은 신영증권(1.4%)뿐이다. 다음으로 △비엔케이투자증권(0.8%) △아이엠증권·유진투자증권(0.6%) △하나증권(0.5%) 순이다. 나머지 25곳은 매도 리포트 비율이 0%다. 매수 리포트만 100%인 곳(에스아이증권·한양증권)도 있다.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 12곳을 살펴보면, 매도 리포트 평균 비율은 11.3%다. 매도 리포트 비율이 많게는 22.8%(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 서울지점)인 곳도 있었다. 매도 리포트를 전혀 내지 않은 곳은 없다. 매수 리포트 평균 비율 59.8%에 머물렀다.

이 의원은 “금융감독원이 애널리스트들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만,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독립 리서치 제도화를 목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상태”라며 “애널리스트의 의견에 금감원이 개입할 수 없는 만큼 섬세하게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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