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도 뛰어든 ‘두 국가론’ 논쟁…“반헌법적” 당정 색깔론 공세 동참

유새슬 기자 2024. 9. 2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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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서 ‘원외’ 임종석 발언에
“통일 운동하다 북 주장에 급선회”
연일 여권 윤·한 갈등 부각 국면서
남북문제 이슈화, 여론 결집용 해석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열린 제41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장한 ‘남북 두 국가론’에 대해 북한 주장과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색깔론’ 공세에 윤 대통령이 가세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게 됐다. 여권이 두 국가론을 정치권 주요 이슈로 부각해 여론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정치권 일각에서 요즘 갑자기 통일을 추진하지 말자, 통일은 이야기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평생을 통일 운동에 매진하면서 통일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이야기하던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자 갑자기 자신들의 주장을 급선회했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들의 통일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반통일·반민족 세력이라고 규탄하더니 하루 아침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라며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명령한 자유민주주의 평화 통일 추진 의무를 저버리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들은 통일을 버리고 평화를 선택하자며 통일부도 없애자, 대한민국의 헌법상 영토 조항과 평화 통일 추진 조항도 삭제하는 등 헌법을 개정하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핵 공격도 불사하겠다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평화적 두 국가론이 과연 가능이나 한 얘기인가”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은) 더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였다”며 남북 관계를 전면 재설정했다. 북한은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헌법에서 ‘통일’을 삭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임 전 실장이 두 국가론과 헌법 개정,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하자 대통령실이 북한 주장과의 유사성을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임 전 실장의 발언 이튿날인 지난 20일 새벽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 중 현지에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두 국가론을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했다.

외교·안보 정책, 그중에서도 북한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 이슈다. 윤 대통령은 정부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을 북한에 대한 동조와 동일시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특히 9·19 남북 군사합의가 사실상 휴짓조각이 되고 남북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자 정부는 그 책임을 문재인 정부의 유화적 대북 정책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지지층을 결집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도 헌법 수호를 명분 삼았지만 남북 문제를 국내 정치의 주요 이슈로 키워 여론 결집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핵심 지지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 이슈를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설이 지속되는 국면에서 전선을 여권 내부가 아닌 여야 관계로 확장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정이 같은 목소리를 내 야당에 맞서는 구도를 보여줌으로써 윤·한 갈등에 따른 민주당의 반사이익을 차단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한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국가론에 대해 “정확히 북한의 김정은이 하는 내용과 같다”면서 “지금까지 종북 주사파 소리 들으면서 통일을 주장하다가 갑자기 말이 바뀌는 것이야말로 이런 분들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과 상당히 유사하다.

임 전 실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윤석열 정부야말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에 정확하게 동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야 모두를 향해 “이상에서 현실로 전환하자”며 두 국가론에 대한 정치권의 건강한 논의를 당부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야권이 체코 원전 수출을 ‘덤핑’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정쟁은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불쾌감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사활을 걸고 뛰는 기업들과 협력 업체들, 이를 지원하는 정부를 돕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훼방하고 가로막아서야 되겠나”라며 “국민을 위하고 나라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방향에 대해 국무위원들이 사명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국정감사에 임해 달라”며 “장관이 직접 나서 대국민 소통을 해야 한다. 국감장에서 질문하는 의원뿐 아니라 장관도 스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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