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금투세 토론회’, 유예팀-시행팀 팽팽…“인버스 투자” 발언 논란도

구민주 기자 2024. 9. 2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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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 이소영 “침체기에 신규 세금 도입, 늘 부정적 영향”
‘시행’ 김영환 “자본시장 선진화 이룰 수 있는 세제 개편”
金 “증시 우하향 신념? 인버스 투자” 발언에 “나라 망하는 데 베팅?” 비판도
‘항의 방문’ 개미들 “왜 입틀막?”…의원들 “소리 그만!” 충돌도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9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토론회에서 시행팀과 유예팀으로 나뉜 의원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4일 의원총회를 겸한 정책 토론회를 열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금투세를 예정대로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시행팀'에선 민주당 김영환(팀장)‧김성환‧이강일 의원이, 유예해야 한다는 '유예팀'에선 김현정(팀장)‧이소영‧이연희 의원이 토론 주자로 나섰다.

토론회 시작 후 박찬대 원내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국민의힘이 말하는 것처럼 시행되지도 않은 금투세 때문에 주식시장이 폭망했다는 건 얼토당토않은 괴담이자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유예팀 이소영 의원은 "당연히 소득에 과세하면 기대수익률에 영향을 미치고, 조세 회피가 늘어나는 건 일반적 현상"이라며 "괴담으로만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토론에서 유예팀은 금투세를 도입할 경우 국내 주식시장이 위축될 가능성 을 우려했다. 지금의 주식시장 구조를 먼저 개선한 후 금투세를 도입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팀장인 김현정 의원은 "금투세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부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0년 금투세 도입을 여야가 합의한 후 지난 4년간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증시는 우상향하고 있지만 우리 증시만 유독 고점의 3분의 1도 회복하지 못하고 지독한 박스권에 있다"며 "조세 정의와 17년 동안 지속한 박스권에 갇힌 증시 부양 중에서 어떤 것이 우선이 돼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소영 의원은 "조세 정의가 중요한 가치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조세 정의만큼, 주식시장을 나아지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금투세를 도입한 해외 대부분 나라들은 증시 상승기에 도입한 것"이라며 "(증시) 침체기에 신규 세금 도입 후 부정적 영향이 없었던 사례가 있었나"라고 따져 물었다. 금투세를 시행하기에 적기가 아니란 지적이다.

'시행팀'은 금투세가 증세 목적이 아닌 시장의 투명화와 선진화를 위한 조치라고 맞섰다. 불로소득인 투자 소득에 대한 과세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논리도 펼쳤다.

팀장인 김영환 의원은 "(금투세는) 개인별 담세력(세금을 낼 수 있는 능력)에 맞게 과세하는 세금"이라며 "본질적으로 투자활동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일관된 세율을 적용해 조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다가서는 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행 과세 체계는 투자 손실에도 과세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금투세 도입 시) 시장에 대한 신뢰와 예측 가능성도 커져 시장 투명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팀 김성환 의원은 "금투세를 시행하면 '큰 손'이 외국으로 빠져나가 증시가 폭락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한국의 주식시장이 매우 불투명하고 불합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투세가 도입되면 가장 불편한 사람은 주가조작 세력이 될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과정에서 91명의, 계좌 수로는 157개의 차명계좌가 동원됐는데 만약 금투세가 도입되면 이런 차명계좌로 거래하는 건 불가능해진다"고도 강조했다.

9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토론회에서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이 토론 방청을 막는 것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토론회 후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시행팀' 김영환 의원의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김병욱 전 의원은 시행팀을 향해 "미국 증시는 상승하고, 국내 증시는 하락하는 '디커플링' 상황에서 금투세라는 수류탄을 꼭 던져야 하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영환 의원은 이에 "주가 관련해 다른 변수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미국, 일본의 경제성장률에 비해 국내 성장률이 낮았던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신념이 있으면 '인버스'를 하면 된다"고 답했다.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는 주식 가치가 떨어질수록 돈을 벌게 되는 '역(逆) 투자'를 의미한다. 해당 발언이 퍼지자 온라인상에선 "국회의원이 나라 망하는 데 베팅하라고 하는 거냐" "주식 시장이 도박장인가" 등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토론회 시작 전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들이 항의 방문해 장 안팎에 소란과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투연 관계자들이 토론회를 방청하려고 했지만 민주당 관계자들이 의원총회라는 이유로 입장을 막으면서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국민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왜 민주당이 입틀막을 하느냐"고 외쳤고, 이강일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소리 좀 그만 질러!" "어느 당에서 왔느냐"고 말하며 몸이 뒤엉키기도 했다. 이 소란으로 토론회는 당초 계획보다 6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민주당은 토론을 마친 후 의원총회 형식으로 금투세 관련 당론을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의원총회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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