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Me] AI 회사가 웹툰을 만드는 이유는?
김수현 라이언로켓 AI프로덕트본부 PM
누구나 마음속에 학창 시절 울고 웃게 한 웹툰, 출퇴근 지루함을 달래 준 최애 웹툰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거다. 우리에게 사랑받아 온 웹툰은 이젠 한국을 넘어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K-웹툰'은 2023년 상반기에 무려 71.3%의 글로벌 수출액 상승폭을 기록했는데, 이는 기존 한류의 중심이던 K-팝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성장세로 평가된다.
여기에 원소스 멀티유즈가 가능한 웹툰 IP의 확장성이 더해져 웹툰을 원작으로 한 수많은 드라마가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 게임, 음악, 굿즈에 이르기까지 웹툰 중심의 콘텐츠 시장은 가히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K-웹툰이 세계적인 한류의 중심이라니, 말 그대로 만화 같은 일 아닌가?
하지만, 이 화려한 성장의 이면엔 아주 심각하고 고질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산업의 급성장을 따라가지 못한, 열악하고 살인적인 웹툰 작가들의 노동 환경이다.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과열되며 화당 100컷에 이르는 분량과 최상급 퀄리티에 대한 요구는 업계의 당연한 표준이 되었고, 이에 주 단위 연재를 맞추기 위한 작가들의 노동 강도는 급격히 증가했다.
글로벌 143억 뷰를 기록한 '나 혼자만 레벨업'의 장성락 작가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젊은 나이에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면서 작가들의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으나 지금까지도 뚜렷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라이언로켓은 기술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 웹툰 산업의 혁신을 이루고자 도전을 시작했다. 물론 이는 전례 없이 어려운 여정이었다. 웹툰 제작에 AI를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수많은 의심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고, 도저히 답이 없어 보이는 위기도 여러 번 겪으며 고전했다.
하지만 이미 AI를 통해 수많은 문제 해결을 해 온 우리는 이것이 우리가 극복해야 할, 그리고 우리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믿었다. "모두가 열광하는 스토리를 더 빠르게 만날 수 있도록"이라는 슬로건 아래 연구직군을 비롯한 모든 팀원이 밤낮없이 문제 해결에 매진했다. 우리의 기술이 사람들을 고통에서 해방하고 산업 자체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 역시 PM으로서 많은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웹툰 산업이라는 행성에 막 착륙한 AI라는 낯선 외계인으로, 우리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그 외계인이 내민 도저히 알 수 없는 물건으로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 웹툰 업계에 대해 샅샅이 연구하고, 업계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면서 그들이 일하는 방식과 니즈, 창작에 대해 갖는 가치관을 서비스 기획 전반에 온전히 녹여내고자 노력했다.
또, AI를 잘 모르는 누구라도 우리 서비스를 대함에 어려움이 없도록 최대한 그들의 언어로써 AI를 풀어내고자 했다. 현시대를 벗어날 용기를 가진 이 행성의 누군가가 우리의 메시지에 공감해 주길 바라면서.
그렇게 모두의 열정이 모여 '젠버스(Genvas)'가 탄생했다. 웹툰 제작 AI 젠버스는 독자적인 캐릭터 동작 제어 및 일관성 유지 기술로 기존 대비 웹툰 제작에 드는 시간을 10분의 1로 단축하며 생산성 혁신에 성공했다. 어쩌면 기술 이상으로 훨씬 더 어려운 문제들도 해결했다.
젠버스를 통해 작가들이 아낀 시간과 에너지를 더 중요한 작품성의 영역에 투자할 수 있게 도움으로써, AI가 일자리를 뺏는다는 부정적 시각에서 되려 작가들을 지켜주고 돕는 이로운 존재라는 인식 개선을 이뤄 낼 수 있었다.
또, 학습한 화풍을 오직 해당 작가님의 작품에만 사용하고 학습 데이터 관리 및 보안에 철저히 신경써, 예민한 저작권과 보안 문제도 해결했다. 젠버스가 변화를 선물한 대상은 작가뿐이 아니었다. 젠버스를 통해 웹툰 제작사는 보유한 IP들을 더 빠르게 웹툰화할 수 있게 되었고 PD는 연재의 불안정에서 벗어나게 됐다. 당연히, 플랫폼과 독자 또한 더 많은 양질의 웹툰을 안정적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현재 젠버스는 다수의 국내 웹툰 제작사뿐 아니라 만화 강국 일본의 대형 제작사들과 협업하며 꿈꾸던 비전을 실현하고 있다. 또, 최근엔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 실리콘밸리의 딥테크 전문투자회사에서 투자 유치라는 쾌거도 이뤄냈다. 우리는 처음엔 웹툰 산업 행성의 낯선 외계인이었으나, 이젠 이로움을 주는 친구로 인정받으며 혁신의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딛었다.
이제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에서 나아가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까지 혁신하는 미래, 사람들이 그동안 경험해본 적 없는 차원의 즐거움과 몰입감을 제공하는 미래를 향해 멋진 여정을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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