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떠나라" 전화받은 레바논인…이스라엘, 번호 어떻게 알았나
"첩자들이 차량 타고 IP 정보 대량 수집"
"개인 실시간 감시는 물론 스마트폰도 침투 가능"…
23일 공습 전 전화·문자에 해킹 통한 라디오 방송도
"헤즈볼라 무기가 있는 건물에 있다면 마을을 떠나 다음 알림을 기다리시오."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폭격 수시간 전 레바논 주민들이 전화로 받은 음성메시지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휴대전화는 물론 유선전화에도 이런 전화가 걸려왔고, 문자 메시지를 받은 경우도 있다. 라디오 방송에서도 같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통신망을 해킹, 주민들에게 공습 경보를 보낸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이 공습으로 인해 최소 492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레바논 사정에 밝은 한 통신 보안 전문가가 올해 초 아랍 일간지 아샤르크 알아우사트 인터뷰에서 "레바논 통화망 전체가 이스라엘 통제 아래 놓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통신 전문지 인사이드텔레콤이 지난 2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때부터 주변 중동국 통신망 장악에 주력했다. 레바논 통신망 공격이 본격화된 건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헤즈볼라와 교전이 잦은 레바논 남부 지역을 집중 공격하다 가자 지구 전쟁이 발발한 다음엔 레바논 전역으로 해킹 활동을 넓혔다고 한다.
인사이드텔레콤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주민 하나하나를 실시한 감시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 내장 전화와 카메라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피싱에 당한 게 아니라면 한국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 카메라, 스마트폰뿐 아니라 텔레비전, 스마트워치 등 인터넷에 연결 가능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침투할 수 있다고 한다.
중동 전문가 엘리자 마그니에르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는 첨단 첩보장비를 통해 누가 어디에 살고 어떤 전화번호를 사용하는지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며 "레바논 남부 주민이라면 누구든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여러 경로를 통해 통신 장악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다. 개인정보를 노린 사이버 공격과 소셜네트워크(SNS) 정보 수집, 첩보활동 등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 지구를 비롯한 분쟁지역 피난민들은 피난 계획을 세우고 구호물자를 얻기 위해 왓츠앱 등 SNS 그룹채팅을 이용하는데, 모사드가 이 채팅방에 숨어들어 정보를 수집한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이 정보를 인공지능(AI) '라벤더'에 학습시켜 피난민들 사이에서 반(反)이스라엘 무장대원을 색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첩자들은 특수장비가 탑재된 차량을 타고 다니면서 IP(인터넷 프로토콜) 주소를 대량 수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차량이 거리를 지나기만 해도 주변 IP 주소 수천 건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통신망을 이용해 무장세력 고위 인사들을 암살해왔다. 대량 수집한 IP 주소를 기반으로 지역 통신량을 감시하다, 특정 공간에서 평소 이상으로 급증할 경우 무장세력이 회동한 것으로 간주하고 폭격하는 식이다.
인사이드텔레콤은 지난 1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하마스 지도자 살레흐 알아루리가 살해당한 것은 와이파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장대원이 지참한 노트북이 와이파이에 연결되자마자 이스라엘 폭격을 맞았다는 것. 헤즈볼라는 "휴대전화는 죽음의 우체통(lethal informant)"이라며 대원들의 사용을 금지했다고 한다.
레바논 통신망은 심리전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2017년에도 이번과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레바논 통신부는 이스라엘이 자국에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는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현지 연락처로 주민 1만 명에게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거짓말쟁이" 등 음성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주민들에게도 개인전화로 공습 경보를 보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가자 지구가 이스라엘 통제 아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한 심리전이라면서 이번 레바논 공습 경보도 같은 목적일 것이라고 본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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