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유예론' 커지지만 금투세 불확실성 지속…정부 '속앓이'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혹은 시행을 두고 토론회를 열었지만 금투세 시행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당내에서도 유예론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지만 금투세와 관련한 당론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야심차게 증시 밸류업(가치제고)을 추진 중인 정부의 속앓이는 이어진다. 가뜩이나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맥을 못추는 국내 증시에 금투세 불확실성이란 악재가 더해져 밸류업 추진을 무색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1400만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금투세 폐지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야당을 적극 설득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유예팀(김현정·이소영·이연희 의원)과 시행팀(김영환·김성환·이강일 의원)으로 나눠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금투세와 관련한 민주당론은 결정되진 않았다. 민주당은 향후 정책의총 등을 거쳐 금투세와 관련한 당론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추가 토론회 개최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금투세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유예측 입장인 이연희 의원은 "세계사는 조세저항의 역사였고 세금이 단순히 경제적 조치가 아니고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도구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문재인정부 시절) 조세 정성화를 위해 공시지가 현실화를 하는 것이지, 증세목적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 결과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금이 올랐다. 현실과 동떨어진 과세정책으로 우리가 얻은 결과는 대선 패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단 원칙은 국세청의 구호가 될 수 있을진 몰라도 국민 자산 증식을 도와야 할 정당의 가치가 될 순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시행팀) 김성환 의원은 "대부분의 나라가 이미 금투세를 도입하고 있는데 우리가 금투세를 도입한다고 금투세를 이미 도입 중인 다른 나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건 말이 안맞다"며 "(금투세 도입으로 국내 자본시장이 투명혀지면) 한국 대형주에만 투자하던 해외 자본이 국내 다른 건강한 중소형주에도 투자할 것이고 한국 주식시장이 불공정하단 이유로 해외에 나가있는 개미들도 국내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금투세와 관련한 당의 입장이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정책 의원총회 등을 통해 당론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최근 들어 당내 '유예론'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개인 의견이지만 지도부 내에서도 2명(김민석·이언주)의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토론회 마무리발언에서 "논리적으로 합리적인 결론을 내렸다 해서 그것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닌 것 같다"며 "국민들이 과연 금투세 도입과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집단지성을 어떻게 발휘하고 있는지를 바로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금투세를 내야 할 투자자가 전체 주식 투자자의 약 1%(1440만명 중 15만명)에 불과하지만 큰손들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면 증시 하락에 따른 개인 투자자들의 추가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정부 여당이 금투세 폐지를 '1400만 투자자 감세'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학생 중에서 주식시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전부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것이 금투세가 시행되면 '해외로 가겠다, 국내에 투자하는 것을 해외로 빼겠다'는 것"이라며 "조금 더 돈이 많은 분들은 부동산 시장이나 다른 자산 투자가 확대될 것이며 결국은 국내 주식시장 이외에 다른 자산시장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다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 협조 없이는 금투세 폐지는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부자감세'라며 금투세 폐지를 극렬 반대했던 민주당이 투자자 반발에 완화된 입장으로 선회한다해도 현재로선 금투세 시행 유예가 민주당이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란 분석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처음 밝힌 대로 유예가 아닌 폐지를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지지부진한 증시 흐름으로 성난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를 등에 업고 야당 설득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정부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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