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네디 때 이후 가장 치열한 레이스”…러스트벨트·선벨트 7곳에 자금·인력 ‘올인’[미국 대선 기획]

김유진 기자 2024. 9. 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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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경합주 0~2%차 지지율 초접전
최악 땐 ‘269 대 269’ 동률 예상에
해리스·트럼프 양측 진영 모두 비상
기존 지지세 결집·부동층 공략 총력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는 11월 대선이 약 6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일(현지시간)부터 버지니아·미네소타·사우스다코타주에서 사전투표가 시작되면서 대선 레이스는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판세는 백중지세이다. 24일(현지시간) 여론조사 평균치를 분석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전국 지지율은 49.4%로 트럼프 전 대통령(47.2%)에 2.2%포인트 앞서고 있다. 하지만 오차범위 내의 매우 근소한 우위인 데다 경합주 승부에서는 두 후보가 47.7%씩 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어느 후보도 5%포인트 차 이상 앞서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1960년 대선 이후 가장 치열한 레이스”(CNN)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팽팽한 초접전 대결이 계속되면서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경합주 표심에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두 후보도 북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와 기후가 따뜻한 남부 선벨트(조지아·애리조나·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의 7개 경합주를 무대로 기존 지지층 결집과 부동층 공략에 전념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경합주도 초접전

간접선거제를 채택하는 미 대선에서는 50개주와 수도 워싱턴에 배정된 선거인단(538명)의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는 이가 승리한다. 23일 선거 예측사이트 ‘270투윈’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226명, 트럼프 전 대통령은 219명 확보가 확실시된다. 따라서 양당 지지세가 엇비슷한 7개 경합주 선거인단(93명)을 둘러싼 싸움이 대선 승자를 사실상 결정하게 된다.

경합주 지지율은 초박빙 대결 양상이다. RCP 집계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이 러스트벨트·네바다에서 0.2~1.7%포인트 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머지 선벨트에서 0.1~1.7%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선거분석가 네이트 실버의 ‘실버불레틴’도 같은 지역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1.5~2.5%포인트 차, 트럼프 전 대통령은 0.1~0.8%포인트차 우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두 후보의 첫 TV토론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을 노린 두 번째 암살 시도 등 대형 이벤트도 대선 균형추를 한쪽에 쏠리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두 후보가 각 269명을 확보해 승패가 갈리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대통령은 내년 1월 새로 구성될 연방 하원에서, 부통령은 상원에서 투표를 거쳐 선출된다.

펜실베이니아·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 공략

양당도 선거운동과 자금 등을 경합주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본선 대결의 결정적 시작을 알리는 미국 노동절(9월2일) 이후 두 후보의 현장 방문지는 경제 공약 발표나 9·11테러 추모식 참석 등 별도 일정을 제외하면 거의 7개 경합주에 쏠렸다.

그중에서도 대선 후보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은 곳은 펜실베이니아주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기 이전인 지난 3월부터 AP통신이 양당 후보 유세지를 집계한 결과, 민주당은 19차례, 공화당은 14차례 펜실베이니아를 찾았다.

로버트 스피어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경향신문에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펜실베이니아를 이기지 않고 승리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필라델피아를 포함한 남동부는 온건·진보, 피츠버그 인근은 보수, 주 인구 절반이 거주하는 농촌 지역은 매우 보수 등 정치 성향이 지역별로 다르다는 점을 누가 잘 공략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19명)에 이어 선거인단이 두 번째로 많은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각 16명)도 떠오르는 승부처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이들 3개주를 이기면 매직넘버 270명을 확보하기 때문에 반드시 수성하려 한다. 최근 공화당을 지지하는 히스패닉이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해리스 부통령에게는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다른 선벨트보다 흑인 유권자가 30%인 조지아와 청년·고학력자·유색인 유입이 증가한 노스캐롤라이나가 반전을 노려볼 만한 지역이다.

관건은 투표율이다. 버지니아대 정치분석 사이트 ‘사바토의 크리스탈볼’ 카일 콘딕 편집장은 경향신문에 “공화당은 투표 참여가 낮은 ‘온건한 트럼프 지지자’를 공략하고 있다. 투표율이 높으면 백인 인구가 지배적인 북부 경합주에선 트럼프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반대로 인구 구성이 다양한 남부에서는 민주당 성향 유권자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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