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이 폐기물 처리 떠넘기자 고려아연이 거절하며 갈등 시작"
"MBK로 경영권 넘어가면 핵심기술 중국 유출 우려…판매할 기술 많을 것"
'이그니오 고가 매수' 의혹엔 "장기적 관점서 보고 투자한 것…성공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지난 75년간 동업 관계를 유지해오다 최근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이 영풍이 자사 유해폐기물 처리를 고려아연에 떠넘기려 하면서 시작됐다는 주장이 24일 제기됐다.
고려아연 이제중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CTO)은 이날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양사 동업 관계가 상당 기간 잘 유지됐는데, 정확히 4∼5년 전 환경문제가 불거지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85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온산제련소장 겸 기술연구소장을 거친 엔지니어(기술자) 출신으로, 사장, 부회장에 오르기까지 약 40년간 고려아연과 영풍의 동업 관계를 현장에서 지켜본 '산증인'이다.
그는 당시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카드뮴 등 배출 사건이 문제가 되자 영풍이 고려아연에 해결을 요구했고, 이를 고려아연이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고 떠올렸다.
이 부회장은 "장형진 영풍 고문은 이 문제 해결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통해 하고 싶어 했지만, 우리는 남의 공장 폐기물을 받아서 처리하는 것은 배임이고 범죄행위여서 할 수 없었다"며 "이걸 막은 게 바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었고, 그 뒤로 장 고문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실제로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4년부터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중금속으로 인한 토양·수질 오염 의혹을 받아 왔다.
이에 환경부가 조사에 나서 낙동강으로 카드뮴이 유출된 정황을 확인, 지난 2021년 영풍에 과징금 281억원을 부과했다. 이후 검찰은 환경 범죄 혐의로 영풍 대표이사와 석포제련소장 등 임직원 8명을 기소해 이들은 현재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 밖에도 영풍이 고려아연에 부당하게 경영 부담을 떠넘기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증거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 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측에 넘어갈 경우 고려아연 경쟁력이 급속도로 약화하고 핵심 기술은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려아연의 최근 10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12.8%에 달하지만, 영풍은 -1%라고 소개하면서 "양사가 원료도 공동구매하고, 영업도 공동판매였는데, 경영자와 기술력만 달랐다. 영풍이 버틴 것은 고려아연에서 700억원, 1천억원씩 배당을 받아서 회사를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투자 회사들이 돈만 놓고 보면 고려아연에서 팔아먹을 기술이 엄청 많을 것"이라며 "공정마다 수백개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면 되고, 어떤 것은 몇천억원짜리도 있다 보면 된다.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인데, 이게 중국 등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뒤에도 회사를 중국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믿지 않는다"며 "중국이 세계 비철 생산의 절반을 하고 있고, 관련된 분야 생산의 절반을 전부 중국이 하는데, 당연히 (기술은) 중국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고려아연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원료의 절반을 공급하는데, 반도체도 셧다운될 수 있다"며 "고려아연이 무너지면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의 소재 원가도 올라 국가산업 경쟁력 전체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MBK파트너스 측이 제기하는 고려아연의 투자 적절성에 대해서도 일부 해명했다.
그는 '이그니오 고가 매수' 의혹에 대해 "제가 깊숙이 관여했다"며 "미국에서 폐자재를 처리하고 분리해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스멜팅하기 위한 투자로, 미래·장기적 관점에서 보고 접근해야 한다"며 "따져보고 돈벌이가 된다고 판단했다. 분명히 성공할 것"이라며 문제없는 투자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윤범 회장이 직접 언론에 입장을 밝히고 설명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엔 "적당한 시기에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그는 최 회장에 대해 "보통 경영인이 아니라 저와 함께 1년간 제련소 현장과 현황을 모두 학습하고 파악한 전문경영인이고, 본업은 변호사"라며 "(계획이) 차분히 진행 잘되고 있다. '분명히 우리가 이긴다'고 제게 얘기했고, 저도 이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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