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지하철역 식사, 세 가정 근무”…필리핀 가사관리사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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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이 가정, 저 가정 이동해서 일해야하니 이동시간이 길어 지하철역이나 공원에서 식사를 때우곤 합니다." "(40만원씩 월세를 내는) 숙소는 통금시간이 밤 10시라서 일을 마치고 밤 9시쯤 도착하면 우리에게 자유시간이란 것은 없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자스민 에리카는 "하루 8시간을 한 가정에서 일하지 못하고 3가정까지 쪼개서 일하다보니 이동이 부담되고 공원이나 지하철역에서 식사를 때우고 있다"며 "한국에서 일하려 자격증에 돈을 들여 첫달부터 고향에 돈을 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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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박금지 등 비인간적 처우 드러나
“하루종일 이 가정, 저 가정 이동해서 일해야하니 이동시간이 길어 지하철역이나 공원에서 식사를 때우곤 합니다.” “(40만원씩 월세를 내는) 숙소는 통금시간이 밤 10시라서 일을 마치고 밤 9시쯤 도착하면 우리에게 자유시간이란 것은 없습니다.”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해 이달 초 처음으로 근무에 투입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 중 2명이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24일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50분짜리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여서 이 자리에 참석한 가사관리사 2명의 목소리를 기자들이 직접 들을 기회는 공개된 10여분 뿐이었는데 임금뿐만 아니라 비인간적인 처우까지 단박에 드러났다.
간담회에 참석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자스민 에리카는 “하루 8시간을 한 가정에서 일하지 못하고 3가정까지 쪼개서 일하다보니 이동이 부담되고 공원이나 지하철역에서 식사를 때우고 있다”며 “한국에서 일하려 자격증에 돈을 들여 첫달부터 고향에 돈을 보냈다”고 말했다. 8월 한달 교육을 받은 뒤 지난 3일 첫 출근을 했는데 월급날(20일) 손에 쥔 금액은 50만원 남짓이었다. 노동의 대가를 한달 뒤에야 지급하는 구조인데다 8월 교육수당에서 숙소비 등을 공제한 147만원을 3회(8월20일, 9월6일, 9월20일)에 나눠 지급한 것이다.
강남 한복판에 숙소가 정해져있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이같은 급여를 받으며 초기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임금 뿐 아니라 ‘통행금지’, ‘외박금지’ 등으로 사설관리업체들이 필리핀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조안은 “일을 마치고 강남의 숙소에 도착하면 밤 9시쯤 되는데 통금이 밤 10시라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고 말했다. 추석 기간 외에는 이들에게 외박도 금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간담회에 참석한 이봉재 ‘대리주부’ 부대표는 “계약서에 통금 시간을 명시하지는 않았고 다만 숙소에서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자율적으로 밤 10시에 체크를 했던 것”이라 해명했다.
국내 돌봄·가사 노동자들도 꺼리는 상황인 가사와 육아를 함께 하도록 하는 업무 지시, 다자녀 가구를 중심으로 신청을 받아 여러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간담회를 통해 다자녀 우선으로 신청을 받다보니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굉장히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조안의 경우도 20개월과 5살 두 아이를 다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너무 힘들어했다더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를 통해 가사관리사들이 육아와 가사, 쪼개기 노동 등에 시달리고 사설업체의 통제까지 드러났지만 정부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김혜정 민주노총 서울본부 여성위원장은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에 신체의 자유마저 억압하는 것은 범죄행위에 가까운 심각한 착취와 인권 유린”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한국의 부모들이 이런 착취에 동참하게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돌봄노동 가치 인정과 공공돌봄 확충만이 답”이라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은숙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은 “조만간 대부분 주 40시간 근무를 하게 될 것이고 임금 지급도 첫 달에 매끄럽지 못했지만 다음달부터는 한 달(전 달) 일한 임금을 받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오전 11시30분께 끝났고 조안은 오후 1시30분부터, 자스민은 오후 2시부터 가사관리사 일을 시작해야 해 지하철역으로 바쁜 걸음을 옮겨야 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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