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정, 정몽규에 “중학생 수준도 안 되는 PPT…공정은 ‘입증’의 영역”

민주 강유정, 문체위 회의서 정몽규 축협 회장 질타
“‘정관 위반’ 축협, 동네 계모임이나 동아리보다 못해”
최종 감독 후보 3인 평가 PPT 띄워 “중학생이 더 잘 만들 듯”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9월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TV

축구협회 운영 실태와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관련 논란에 대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질의가 24일 열린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부실한 자료 제출과 감독 선임 절차로 여야 의원들의 강한 질타를 받았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종 감독 후보 3인 평가 절차와 이임생 기술이사의 업무 위임에서의 비(非)전문성을 꼬집으며 "(축구협회가) 동네 계모임이나 동아리보다 못하다"고 꼬집었다.

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문체위 현안질의에서 "불공정한 과정은 없었다"는 정몽규 회장의 서면 모두발언을 언급하며 "공정과 불공정은 설득의 영역이 아니다. 입증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입증 가능한 자료를 제출하면 더 이상 여기서 (정 회장의) 판단을 물을 일이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자료 제출을 거의 제대로 안 했기 때문에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선임의 전권을 위임받은 축협 전력강화위원회 업무를 병행토록 하는 과정이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며 "(축협이) 동네 계모임이나 동아리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홍 감독 선임 이후 열린 이사회 안건, 결정 사안 어디에도 이 이사에게 전력강화위 업무 일부를 위임한다는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결의가 서류로 남아있다"고 답변한 정 회장을 향해 "지금 위증을 하신 거다. 차라리 모른다고 하시라"라고 직격했다. 이에 정 회장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강 의원은 "(홍 감독을 포함한) 최종 후보 3인의 평가에 대한 정성‧정량 지표로 구분된 점수표, 회의록, 채점 결과가 있느냐"고 정 회장에 물었고, 이에 정 회장은 "그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에 강 의원은 "이걸 왜 모르시냐. 본 적 없으시냐"고 재차 물었고, 정 회장은 "의원님께서 영화 《머니볼》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이라며 설명을 이어가려다 강 의원으로부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9월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향해 질의하는 가운데, 축협이 사전 제출한 감독 최종 후보 3인 평가 PPT 자료가 회의장에 띄워져 있다. ⓒ국회TV

강 의원은 앞서 축협 측에 감독 후보 3인에 대한 평가 자료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이어 강 의원은 "후보 3인을 비교한 보고서가 A4 5장 분량으로 있다고 하기에 요구했더니 PPT 한 장을 보내왔다"며 해당 자료를 회의장 모니터에 띄웠다.

홍 감독,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등 3인의 정당성 평가가 적힌 해당 자료에 대해 강 의원은 "요즘 중학생 축구팬도 이것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을 비교한 평가표를 개인 후보당 A4 5장씩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성의 없는 한 장 짜리가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일침했다.

한편 이날 여야 의원들은 현안질의 시작부터 축협이 제대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정 회장 등 관계자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전재수 문체위원장은 "성실하게 답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오후 질의 전까지 제출하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 회장은 "여러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 변호사와 상의한 후에 자료 제출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전재수 문체위원장은 "오늘 현안 질의가 열리는 것은 국민들의 요구다. 성실하게 답볍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법 취지에 맞춰 개인 정보에 해당하는 내용은 가리고 국회에 제출하면 된다"고 질타했다.

이날 현안질의에는 정 회장과 홍 감독 외에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윤성옥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 김학균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국가대표 감독, 장세근 진천선수촌 총장 등 20여명의 증인과 참고인이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