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차 없는 거리 걷기’ 행사에 출자·출연기관 직원까지 총동원

허호준 기자 2024. 9. 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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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오는 28일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위해 제주도와 행정시 소속 공무원은 물론 출자·출연기관 직원들까지 총동원해 본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도가 추진하는 '차 없는 거리' 행사는 오는 28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연북로 제주문학관에서 메가박스까지 제주시 연북로 2㎞ 구간에서 진행된다.

문제는 이번 행사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보다는 도내 지방 공무원과 출자·출연기관 임직원들을 동원한 행사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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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청.

제주도가 오는 28일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위해 제주도와 행정시 소속 공무원은 물론 출자·출연기관 직원들까지 총동원해 본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생색내기용 ‘차 없는 거리’가 아닌 진심을 담은 대중교통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오는 28일 열리는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앞두고 지난 23일 제주도청에서 진명기 행정부지사 주재로 긴급 현안 점검회의를 열었다고 24일 밝혔다. 이 자리에는 도청 실·국장과 양 행정시 부시장은 물론 출자·출연기관들도 참여했으며, 도는 공무원과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도가 추진하는 ‘차 없는 거리’ 행사는 오는 28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연북로 제주문학관에서 메가박스까지 제주시 연북로 2㎞ 구간에서 진행된다. ‘걷는 즐거움, 숨 쉬는 제주!’를 구호로 내걸고 왕복 6차선 가운데 1개 차선만 비상용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5개 차선을 통제해 행사를 진행한다. 3개 차선은 걷기 전용으로, 2개 차선은 자전거 전용이다.

도는 행사 진행을 위해 28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해당 구간의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연북로를 지나는 8개 버스 노선의 우회 경로를 마련해 임시 정류장을 설치한다.

도는 이번 행사에 대해 ‘2035 탄소 중립 제주 비전’ 달성과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기반으로 하는 행사로, 탄소 중립도시 구현을 위한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도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도가 추진하는 ‘15분 도시 제주’와 연계해 보행자 중심의 환경과 도민의 걷기 인식을 개선하고, 걷기 실천 붐을 조성해 건강지표를 향상하겠다고 말했다.

진명기 행정부지사는 “제주도가 탄소 중립을 시도하면서 이를 정착시켜 나가려는 취지로 하는 중요한 행사이다. 사람 중심의 보행환경 조성과 탄소 중립 달성, 에너지 대전환 정책의 일환이라는 의미를 잘 되새겨 달라”고 당부했다.

‘차 없는 거리’ 행사 포스터.

문제는 이번 행사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보다는 도내 지방 공무원과 출자·출연기관 임직원들을 동원한 행사라는 데 있다.

도는 행사를 앞두고 “가족과 함께 임직원들이 걷기 행사에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하여 주시기 바라며, 기관 홈페이지 등을 통한 홍보에도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모든 부서와 산하기관에 보냈다. 이 공문에는 ‘행사 참여 인원에 대한 사전 수요 조사’ 명목으로 기관별 참여 예정 인원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공무원은 “공무원 입장에서 도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다. 출자·출연기관 직원들까지도 독려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참여를 강제하는 데 안 갈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이처럼 공무원과 출자·출연기관 직원들을 동원한 경우는 없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사전 수요 조사를 명분으로 기관별 참여 인원을 제출토록 한 것은 시민들의 순수한 걷기 참여 의지를 퇴색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장소도 문제다. 제주도내 1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행사장소인 연북로는 이번 제주도가 밝힌 행사 취지에 부적합하다. 해당 구간은 자가용 이용이 집중된 공간으로 대중교통 접근성이 매우 취약해 자가용을 이용해야만 접근 가능한 곳에 행사를 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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