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 비판한 마르크스주의 문학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 별세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문학비평가이자 문화이론가인 프레드릭 제임슨 미국 듀크대 교수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0세.
듀크대는 23일 “수세대에 걸쳐 학자들에게 영향을 주고 듀크대 문학 강의를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문화이론가이자 문학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이 일요일(22일)에 별세했다”고 밝혔다. 제임슨의 딸은 고인이 코네티컷주 킬링워스에 있는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전했으나 사인은 밝히지 않았다.
1934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난 제임슨은 예일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하버드대, 예일대, 캘리포니아대를 거쳐 1985년부터 듀크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제임슨은 <사르트르>(1961), <마르크스주의와 형식>(1971), <침략의 우화들>(1979), <정치적 무의식>(1981),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자본주의의 문화논리>(1990), <단일한 근대성>(2002), <벤야민 파일>(2020), <미메시스, 표현, 구성>(2024) 등 30여권의 두툼한 저서들과 무수한 논문들을 써냈다. 그의 저술들은 문학은 물론 영화학과 건축학, 역사학 분야 대학원 과정에서도 필독서로 꼽혔다.
제임슨은 1970년대 초반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분출된 유럽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미국에 적극적으로 소개한 인물이다. 1971년 펴낸 <마르크스주의와 형식>은 마르크스주의 이론에 취약했던 미국에 변증법적 사유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임슨은 문학과 예술 같은 상부구조는 경제적 토대와 밀접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문학과 예술이 사회 체제의 모순을 무의식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봤다.
1981년 출간한 <정치적 무의식>은 문학비평의 고전으로 꼽힌다. 책에서 그는 자본주의의 발전이 호메로스의 서사시부터 현대 소설에 이르는 서사 양식들의 발전에 미친 영향을 논증했다.
제임슨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당시 유행하던 포스트모더니즘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예술의 자율성’ 담론을 내건 포스트모더니즘에 맞서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은 그 자체로 상품이 됐다고 비판했다. 또 포스트모더니즘이 역사적 맥락을 무시하고 역사와 진보적 비전을 냉소주의와 짜깁기로 대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임슨의 글은 난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제임슨은 생전에 학술지 ‘철학과 문학’이 주관하는 ‘나쁜 글쓰기 경연대회(Bad Writing Contest)’에서 두 차례 수상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제임슨은 슬라보예 지젝이나 해럴드 블룸 같은 이론가들만큼 대중적으로 유명하진 않지만 영향력 면에서는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제임슨은 2008년 인문사회과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홀베르그상, 2012년 미국 현대언어학회(MLA) 공로상, 2014년 트루먼 커포티상을 받았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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