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190조+α"…참아온 중국, 결국 '강력 부양책' 쓴 이유는?
중국 정부가 결국 금리와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를 뼈대로 하는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기업 경영환경이 나빠지고 청년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미국의 빅컷(금리 50bp인하, 1bp=0.01%p)으로 인해 발생한 통화정책 여력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지준율에 연내 여러 차례 손 댈 가능성도 열어놨다. 진지하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은행이 돈을 묶어두는 비율인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면 시장엔 곧바로 유동성이 추가 공급된다. 중국 정부는 이번 지준율 인하를 통해서만 시장에 1조위안(약 190조원)이 공급될 거라고 밝혔다. 연내 추가 인하를 통해 시장 공급 유동성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돈을 풀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전달한 셈이다.
중국 정부가 연중 지준율을 각각 50bp씩 두 차례 인하한다면 이는 코로나19로 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지난 2021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2021년 7월과 12월 각각 지준율을 50bp씩 인하했었다. 팬데믹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였다. 이후엔 경제성장 둔화와 부동산 시장 위축,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겹쳤던 2022년 4월에 25bp 인하하며 시장에 유동성 공급 시그널을 던졌다. 2023년엔 두 차례 인하됐는데, 3월과 9월 각각 25bp씩이었다. 당시 이정도 수준으로는 회복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우선 예고된 지준율 인하의 폭이 큰 데다 금리 인하, 증시 안정화 대책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판 총재는 지준율 인하와 함께 사실상 기준금리인 LPR(대출우대금리)을 20~25bp 추가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선행되는 MLF(중기유동성창구) 대출금리도 30bp 내린다. 7일물 역레포금리는 기존 1.7%에서 1.5%로 20bp 인하한다.
중국 정부는 또 기업에 자사주 매수를 위한 대출을 허용하고, M&A(인수합병) 금융 대출도 확대하기로 했다. 개인의 부동산 거래는 지속적으로 확대시킨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고, 2주택의 대출 최소 계약금(쇼우푸) 비율도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1주택과 2주택 대출의 쇼우푸 비율을 통일시키는 방식으로 다주택 보유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다만 경제위기의 진앙지 격인 부동산 기업들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선별적 지원 의지를 재차 밝혔다. 리 국장은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된 부동산 프로젝트에 총 1조4300억위안(약 271조원)을 지원했다"며 "8월 말 기준 부동산 대출이 연초 대비 플러스로 전환, 수년간 계속된 주택대출 감소 흐름을 끊었다"고 설명했다.
타이밍은 연준이 줬지만 중국 정부도 더 물러설 곳은 없었다. 경기부양 데드라인은 이미 코앞에 다가와 있는 상황이다. 각종 경제지표가 보여주는 소비심리 위축은 심각한 상황이며, 특히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사회 안전의 최우선 지표인 청년실업률은 더이상 두고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비가 얼어붙고 기업 수익이 나빠지는 악순환의 핵심에 일자리 문제가 있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8월 도시지역 16~24세(학생 제외) 실업률은 18.8%로 1.7%포인트 상승하며 올해 최고치를 찍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청년실업률(학생 포함)이 21.3%까지 치솟자 발표를 일시 중단하고 슬그머니 학생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런데 이제 학생 제외 실업률마저 기존 지표의 턱밑까지 다다랐다. 실상은 더 심각하게 나빠졌다는 의미다.
이 중국의 청년실업 문제는 중국 경제의 근간이자 중국이 경쟁 상대로 여기는 미국과 경쟁에서 핵심 요소인 이공계 인재풀마저 붕괴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올해 전체 대졸자 1179만명 중 약 500만명 이상이 이공계 졸업자로 추정된다. 그러나 마오위페이 수도경제무역대 교수에 따르면 이공계 핵심 일자리는 전체 채용 수요의 약 15%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나마 이들을 소화하던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기업들은 최근 2년간 대폭 감원 중이다. 알리바바는 이 기간 직원을 13% 줄였고, JD.com은 올해 1만2000명 채용 중 6000명을 비정규직인 인턴으로 뽑았다. 지난해 3만명 이상 뽑았던 BYD(비야디)는 올해 1만1300명 뽑는데 그쳤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 유동성 공급을 통한 기업 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에 나선 배경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약속한 대로 지속적인 부양 의지를 이어갈 수 있느냐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와 부동산발 경제위기 속에서도 대대적 부양책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발 금융위기 당시 대대적 부양책을 썼다가 공기업과 지자체의 재정이 크게 악화하고 부채가 급증했던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여전하다.
또 중국 정부가 부동산 등 핵심 분야에 유동성 수혈을 꾸준히 해왔음에도 시장에 뚜렷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기존 대비 큰 폭의 유동성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이번에도 결정적 턴어라운드를 만들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베키리우 스탠다드차타드 중국책임은 "중국이 앞으로 몇 분기에 이어 과감하게 완화정책을 펼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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