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을 개막작으로...영화계 왜 쓴소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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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는 국내 영화제 개막작으로 부적절한가.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영화제가 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상영하는 건 사상 최초다.
부산영화제가 넷플릭스 등 OTT 영화를 적극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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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는 '옥자' 논란 이후 OTT 영화에 문 닫아
베니스는 극장 개봉할 넷플릭스 영화 주로 초청
OTT가 영상산업 대세... "더 끌어안아야" 주장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는 국내 영화제 개막작으로 부적절한가.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 대표 문화 축제인 부산영화제까지 넷플릭스에 점령된 거 아니냐는 목소리다. 부산영화제가 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상영하는 건 사상 최초다.
"한국 영화계 맏이 같은 곳이라 더 실망"
외관상 ‘전, 란’은 개막작으로 손색이 없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하고 각본을 신철 작가와 공동으로 썼다. ‘심야의 FM’(2010)과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2013) 등을 연출한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무신 집안의 아들과 그의 몸종이 왜란 기간에 적으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진선규 등이 출연했다. ‘전, 란’은 10월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 세계 첫 상영된다. 세간의 눈길을 끌 인력 구성인 데다 첫 공개되는 영화이니 부산영화제가 마음을 뺏길 만도 하다.
문제는 영화의 ‘출신 성분’이다. ‘전, 란’은 넷플릭스가 전액 투자해 만든 영화다. 극장 개봉은 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아마존프라임 등 경쟁 OTT들과 달리 몇몇 경우를 빼고 자신들이 만든 영화들을 온라인에서만 공개한다. 국내 영화인들이 문제 삼는 이유다. 부산영화제가 극장을 기반으로 열리는데 극장 개봉을 하지 않은 영화를 상징성이 큰 개막작으로 상영해서야 되냐는 거다.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는 “부산영화제는 국내 영화인들에게 맏이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라며 “극장 관객이 크게 줄어 영화인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이라 실망감과 서운함이 크다”고 말했다. 박도신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 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OTT 영화라는 점 때문에 고민하지는 않았고, 얼마나 좋은 영화이며 관객이 얼마나 즐길 수 있을지를 중요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칸영화제는 프랑스 영화계 반발 감안한다
해외 유명 영화제는 넷플릭스 영화에 대한 시선이 제각각이다. 프랑스 칸국제영화제는 경쟁 부문 등 주요 부문에 넷플릭스 영화를 아예 초청하지 않는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를 상영했다가 프랑스 영화계의 큰 반발을 산 이후부터다. 당시 프랑스 영화계는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넷플릭스 영화가 산업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칸영화제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였다.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는 넷플릭스 영화에 적극적이다. 2018년 ‘로마’에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안겼고, 2022년에는 바움백 감독의 ‘화이트 노이즈’를 개막작으로 상영했다. 하지만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넷플릭스 영화들은 극장 개봉을 한다.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 출품을 위한 요건(미국 대도시 지역 6곳 이상에서 개봉해 7일 연속 극장 상영)을 맞추기 위해서다. 8월 말이나 9월 초 개막하는 베니스영화제는 할리우드에서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여겨진다.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유보적 태도를 보인다. 전도연과 설경구 주연의 ‘길복순’(감독 변성현)을 지난해 ‘베를리날레 스페셜’ 부문에 초청하는 등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하나 경쟁 부문 문은 걸어 잠그고 있다. 부산영화제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2021년 ‘온스크린’ 부문을 신설해 OTT 영화와 드라마를 상영해왔다.
부산영화제가 넷플릭스 등 OTT 영화를 적극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많은 국내 감독이 OTT 드라마까지 만드는 시대에 언제까지 거부만 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영화계가 전체 영상산업 안에서 주도권을 어떻게 가질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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