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성과계획서 상 국가채무 목표치 너무 높게 설정… 건전재정 기조와 배치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성과계획서의 국가채무 관리 목표치가 국가재정운용계획보다 10조원 가량 높게 설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4~2028년 중기재정 방향을 담은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내년 국가채무 증가폭을 6.8%로 전망하면서도 정작 기재부 자체 성과계획서에서는 증가율을 7.6%로 높게 잡은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국가채무 증가폭이 7.6%를 넘지 않으면 관련 지표에서 기재부 성과달성도는 100%를 넘게 된다. 정부가 국가채무 관리 성과지표를 느슨하게 설정한 건 국정과제인 건전재정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24일 국회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달 초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성과계획서’를 통해 성과지표 중 하나로 ‘국가채무 연평균 증가율’을 제시하며 향후 5년간 국가채무 연평균 증가율을 7.6%로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연평균 국가채무 증가율의 최근 10년 평균을 계산해 연평균 증가율 목표치 7.6%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그러면서 “미래세대의 부담 완화 및 재정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국가채무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올해 예산상 국가채무 전망치가 1195조8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자체적으로 내년 국가채무 관리 목표치를 1286조7000억원 정도로 정한 셈이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문제는 성과계획서의 이런 목표치가 같은 시기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보다 훨씬 높게 설정돼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가 성과계획서와 함께 이달 초 국회에 제출한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내년도 국가채무 전망치는 1277조원으로 올해 대비 6.8% 높은 수준으로 전망됐다. 기재부 자체 성과계획서의 국가채무 목표치가 국가재정운용계획 전망치보다 9조7000억원 정도 높게 제시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국가채무 증가폭이 1286조7000억원을 넘지 않으면 국가채무 관련 성과지표에서 기재부의 성과달성도는 100%를 넘게 된다. 특히 내년 이후 국가채무 증가폭이 차츰 낮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과계획서상의 목표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국가채무 증가폭은 2025년 정점을 찍은 뒤 2026년 6.0%, 2027년 5.8%, 2028년 5.5%로 감소한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 4년간 국가채무 연평균 증가율은 6.0% 정도에 그친다.

기재부 성과계획서의 국가채무 목표치가 높게 설정됐다는 비판은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7월 발간한 ‘2023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에 따르면 기재부는 ‘2024년도 성과계획서’를 통해 올해 국가채무 관리 목표치를 7.8%로 잡았다. 이는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한 국가채무 연평균 증가폭(5.7%)보다 2.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예산정책처는 이에 “국가채무에 대한 성과계획서가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설정돼 있는 것은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국정과제의 하나로 삼은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와 부합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서 “기재부는 국가채무에 대한 성과목표의 목표치를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맞게 수정해 국가채무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가채무 지표와 같은 개별 사업에 대한 성과지표는 5월부터 만들지만 (8월 말에 발표하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전체 (사업의) 총량을 본 다음에 전망하는 것이라서 시점 상 두 지표를 똑같이 맞추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